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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an 12. 2021

마음 온난화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마음 온난화

/ 담쟁이캘리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끓어 넘치는 마음인데, 너는
왜 이리 뜨겁냐고 물으면
더위 먹은 벙어리가 된다



나는 밤도 낮도 없이
굽어 살펴온 마음인데, 너는
왜 갑자기 이러냐고 물으면
할 말 잃은 벙어리가 된다



여름마다 오는 살인적인 더위
겨울이면 살을 에는 살벌한 추위
어느 하나 중간이 없는, 이 극한의 기후는



온난화 때문이라고 뉴스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극한을 오가는 더위와 추위는
날이 가도 식을 줄 모르고
그저 뜨겁기만 한 내 탓이었다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잠잠하던 일상의 궤도를 흔들어놓고
기어코 선을 넘어, 휑하니
구멍을 내놓고서는



왜 이제 와서
오존이고 온실효과고, 나는
과학 같은 건 젬병이라 모른다며
시치미 뚝 떼는 건지



잠자코 있어도 뜨거운, 열기는
마음속 공허(空虛)로 남아
결코 메워지지 않는 이 빈자리는



오가는 사계(四季)를 반복 배웅하며
억겁의 시간을 보내 보아도
한 번 끓어 오른 마음은 식을 줄 모르고



그저 올여름은 아마
더 더울 거라고, 마음은 앵무새처럼
또 같은 말만 반복했다




누군가에게 홀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습관처럼 타던 네 발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별안간 두 발 자전거를 타겠다고 뛰어드는 것. 분명 길들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페달을 밟는 일처럼 '홀딱' 빠져 앞뒤 가늠이 되지 않는 일인 것만은 분명했다. 묘령의 대상과 관계를 시작할 때, '가늠할 수 없음'은 그 끝을 알 수 없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베일에 싸인 우리 사이에는 적당한 긴장이 흘렀고, 호기심은 못내 그리운 마음으로 변모해 시시콜콜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묻게 만들었다. 마치 잘 고른 땅에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는 일처럼, 양껏 쏟아낸 갖은 물음은 점점 커져 이리저리 가지를 뻗었다.





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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