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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캘리 Jan 04. 2021

첫 눈길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첫 눈길

/ 담쟁이캘리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온통 하얗다



소복이 쌓인 눈길을 지르밟을 때마다
감춰둔 마음이 사락사락
앓는 소리를 냈다



예고 없이 흩날린 눈발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던 길이
온통 희게 변했다



감은 눈 안으로 온종일
첫눈을 뿌려대는 너를 되감으며
가만히 떠오르는 얼굴을 그렸다



네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마음속에 수 계절이 왔다, 갔다



일상에 숨 불어넣는 봄으로
온몸 뜨겁게 달구는 여름으로 왔다가
찰나로 사라지는 가을이 되어



겨우 녹았던 마음이 다시 얼어
스스로 빗장을 치고
종일 벌세우던 날도 있었다



순전한 호감으로 내 안에서
수 없는 첫눈으로 흩날리는 너를 따라
눈길을 걷다, 깊숙이 감춰둔
속말이 삐져나왔다



네 눈길이 머물던 자리를
되감아 걸을 때마다, 사락사락
마음이 제 소리를 냈다



내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온통 하얗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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