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잘 먹더라

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by 담쟁이캘리



밥만 잘 먹더라

/ 담쟁이캘리




입맛 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빈 그릇까지 싹싹 긁어먹느라
달그락 소리 요란하다


아무리 속 시끄러워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미처 삼키지 못한 입속에, 연신 밥만
욱여넣는 모양이 가련하다


눈칫밥도 먹다 보면 는다던데
끼니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절로 때워지는 법 없고, 번번이
참기 힘든 허기로 돌아와


기어이 삼시세끼 꼬박
챙겨 먹고 나서야 잠잠해지고 마는
그 모양이 눈칫밥 늘기는 글렀다


빈 그릇을 채우고, 또 비워가며
살기 위해 먹는 수번의 끼니로도
감히 불릴 수 없는 허기인데


눈치 없이 때마다 허기지다
아우성치는 고픈 마음 달래느라
꼭꼭 씹어 삼키지도 못할 거면서
우걱우걱 밥만 잘 먹더라




밥 한 끼 굶는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닌데 밥때만 되면 배꼽시계가 야단일 때가 있다. 말이라도 통하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다독이거나, 뚝 그치라며 다그쳐 보기라도 할 텐데. 눈치 없이 허기지다며 아우성치는 마음 달래느라 허겁지겁, 우걱우걱 욱여넣을 때가 있다. 꼭꼭 씹어 삼키지도 못할 거면서. 빈 그릇까지 싹싹 긁어먹어도 채우지도 못할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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