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줄여버린 마음: 빈 말의 의미
오랜 시간 들여 교정한 치아가 틀어졌다. 몇 해 전에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어느새 2mm 정도 바깥을 향해 틀어져 있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제자리를 벗어나 몸을 바깥으로 틀고 있었다. 원장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변하거나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했다. 치아는 살아 있기 때문에 말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움직이고 심지어는 입술이나 혀, 볼의 움직임에도 이리저리 밀려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치아가 움직이는 것은 어떠한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해 모양이 변하게 되는 것이라고는 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치아에도 생명이 있으므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데 불현듯 이전과는 달라진 내가 보였다. 스스로를 어느 날 갑자기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졌다고 생각하던 순간이 있었다. 스스로 바다 한가운데 표류된 삶이라 느꼈던 것들이, 그 한 마디로 그럴듯한 ‘오늘’로 변했다. 제멋대로 움직인 갑작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반복한 습관이 나를 이곳에 데려왔다고 생각하니 ‘수많은 어제가 만든 오늘’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지런하던 치열이 별안간 틀어져버린 것은 미관상 예쁜 결과는 아니지만, 치아에도 생명이 있어서 언제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제 아무리 멈춰 있는 것 같은 것들도 꾸준한 힘을 가하면 결국은 스스로 몸의 방향을 바꿔 앉을 수도 있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 그 말 하나로 잊고 지냈던 생(生)의 이치를 깨쳤다. 살아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談담쟁이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