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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May 05. 2020

돌멩이가 주는 교훈

마음까지 거리를 둘 필요는 없잖아요

 돌멩이가 보인다. 그러나 그냥 돌멩이가 아니다. 여러 색이 칠해져 있고 뭔가 글씨도 보인다. 두 아들과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껏 흥분한 아들이 내 손을 이끌고 돌멩이로 달려간다. 가까이 가서 보니, "Stay happy and safe"라고 적혀있다. 마음이 물렁해진다. 호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하게 지켜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거리가 멀어진 만큼 마음도 멀어지는 것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이 문구가 내 마음을,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육체적인 거리 두기가 꼭 마음의 거리 두기로 연결될 필요는 없는 거라고, 돌멩이를 색칠했을 그 아이가 나에게 알려준다.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말이다.


내 이야기의 주인공. 글의 영감이 되어준 돌멩이


바이러스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조금씩 더 많아져 갔고,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지 못한 지도  달이 되어간다. 아들은 외출 자제령이 내려진 초반에는 계속 친구 누구를 만나고 싶다, 누구네 집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이제는 '바이러스가 없어지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붙인다. 4살짜리 아이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말을 알게 된 현실이 슬프고도 씁쓸하다. 하지만, 아들은 그 돌멩이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런 돌멩이를 더 찾으면서 말이다.


Life is a blessing no matter what...


코로나19 이후로 왠지 우리의 삶은 슬로우 모션으로 변한 거 같다. 어찌 보면 바삐 걸어가느라 보지 못했을 그 돌멩이들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걸 아주 느리게 보게 된다. 우리 가족들, 벌써 4살이 되고 7개월이 된  두 아들을 천천히 꼼꼼히 본다. 우리 아들이 저런 표정이 지을 줄 알았네, 저런 말도 이젠 할 수 있구나 싶다. '노마드 가족으로 살았다는 건' 매거진에 들어갈 사진을 찾다 보면 세계 여행했던 첫째 아들의 옛날 모습을 많이 보는데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무서울 정도이다. 거의 뒤뚱뒤뚱 뛰던 19개월이 이제는 쌩쌩 자전거를 타고 있다.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믿기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시간이란 게, 세월이란 게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 잡을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그 시간이 2020년은 아주 조금은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다.


며칠이 지나니 돌멩이들이 증가했다.


느리게 가다 보니 돌멩이가 주는 그 마음이 더 고맙다. 타인에게 돌려받을 걸 바라지 않고 베푸는 친절이 참 따스하다. 코로나에 대해 자극적인 기사는 많아도 뉴스에서는 절대 실리지 않을 이야기, 그래서 더 나누어야 할 이야기이다.


Live life to the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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