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가라니...

원격 수업 대응기, 브런치 북을 오픈하며

by 수리향

말 주변도 없고 뻣뻣하기만 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말보다도 글이 더 소통하기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텍스트의 시대는 가고 이제 동영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텍스트의 자간 간격이 주는 편안함은 콘텐츠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유튜브보다 매력 있다.


원격 수업 생존기 아홉 번째 글을 썼을 때쯤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한글보다 컴퓨터 언어가 더 익숙해져 버린 내가 '작가님'이라는 참 어색하다. 하지만 둘러보니 이미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많은 작가님들이 있다. 컴퓨터 교사도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UnNormal이 아닌 New Normal의 시대. 지금이 그런 것 같다.


원래는 동화를 쓰려고 했다. 근데 역시 동화보다 생존기가 브런치 북에 더 어울리나 보다. 처음 단편 동화를 냈을 때는 떨어지고 원격 수업 대응기를 내니 붙었다. 사람들에게는 동화보다 현실이 먹힌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현실은 동화가 아니란 이야기도 같다. 아무리 슬프고 잔인한 동화도 현실에 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현실보다 더 파스텔톤 동화는 없다.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가 그랬다.





대면 수업이 비대면 수업이 되고 그것이 일상이 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숨 가쁘게 나는 달려오면서 (때로는 땡땡이도 치면서) 그동안 내가 바랐던 교육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을 교단의 한 복판에서 지켜보았다. 개인이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었는데 그 작은 바이러스가 이렇게 한순간에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구나. 아무리 견고한 벽도 큰 파도를 거스를 수 없구나.


IT 기술에 높고 두꺼운 벽을 치고 있었던 학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뚫려 버렸다. 그리고 코로나가 뚫어 버린 학교의 벽은 이제 다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벽이 허물어졌다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소통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생활이 된 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우리의 안일함이 그것을 늦추었을 뿐이다.


허물어진 벽에 꽃을 심 듯 아이들과 언제나 소통할 수 있는 원격 교육이 잘 심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를 마친다. 책은 더 붙일 수 없지만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는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후의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 열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soori/27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 열한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soori/43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 열두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soori/47

나의 원격 수업 대응기, 열세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soori/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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