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쉬지 않고 카톡이 울린다. 원격 수업을 하는 담임의 평범한 스마트폰의 일상이다. 담임과 동시에 카톡 울리미가 된 나의 스마트폰은 이번에 1G 요금제에서 2G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했는데 50% 초과해서 썼다며 문자가 날아왔다. 맨날 남아도는 통화도 100분으로 늘렸는데 역시나 초과. 학교 전화랑 전체 문자 서비스를 이용했어야 하나. 하지만 담임이기 전에 정보부장인 내가 한 달에 보내는 전체 문자 건수는 2-3천 건에 달한다. 1인 1천 건으로 제한된 문자 서비스 용량을 맨날 몰래 늘리며 쓰고 있는 데 여기서 더 늘리고 싶지도 않고 일일이 전화번호 찍기도 귀찮다.
8시 30분부터 50분까지 20분 동안 모오닝콜 요정이 되어 아직 Zoom 학급 수업방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들을 깨우고 1교시 전에 수업방에 세이프시켜야 한다. 문제는 한 두 학생이 아니라 어쩔 때는 10명의 학생에게 20분 동안 불나게 모닝콜을 한 적도 있다. 당연히 내 통화 요금과 데이터는 쑥쑥 빠져나가고 있다.
다행히 교무실은 무선 와이파이가 설치된 실습실 근처라 카톡과 보이스톡은 돈이 나가지 않는다. 나는 교실에 Zoom 호스트 접속 후 교무실에 와서 와이파이를 잡아 학생들에게 모닝콜을 한다. 교무실에서 교사 계정으로 Zoom에 접속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지만 항상 그것만 쳐다볼 수는 없는 노릇. 학생들은 나와 연락하는 방식이 줌보다 카톡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덕분에 쉬지 않고 울리는 카톡은 잠시만 안 보아도 수십 건이 쌓여 있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활지도가 줄어든다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학교의 사정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담임이 그들의 입과 귀가 되어 학교에 돌아가는 모든 일을 전달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교과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이다.
"A야 국어랑 체육 수업 안 들었다고 연락 왔다."
"어디서 들어야 해요?"
가만히 접속만 하면 되는 Zoom 수업도 놓치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EBS 온라인 클래스에 똑같은 수업을 올려 한번 더 출석의 기회를 준다. 이중 수업 준비를 할 필요 없는데 선생님들 너무 친절하시다. 하지만 이런 친절함도 담임에게는 짐이 되어 간다. 분명히 EBS 온라인 클래스에 다 가입했을 텐데 맨날 못 찾겠단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이 항상 10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결국 들으라고 잔소리하다 지쳐 조용히 무단 결과 처리를 해주었다. 그리고 엑셀로 출결을 소트 해서 학교 규율에 따라 몇 명을 추려 나침반(선도 전에 가는 생활지도)에 보냈다. 그랬더니 갑자기 출석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역시 잔소리는 멀고 나침반은 가깝고나. 담임 몇 달 안 했다고 감 떨어졌나 당연한 걸 이제야 깨닫다니...
한편, 간 좀 보다가 2학기에 새로 온 담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슬슬 협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예전 담임쌤 보고 싶다."
"선생님, 우리 반에는 우리 반의 룰이 있으니 따라주세요."
오호라 요것들이? 반장을 필두로 한 귀여운 반항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예전 담임선생님은 이미 멀~리 가버렸고 1학년 1반 담임 임명장에는 내 이름에 학교장의 결재가 콩 찍혀 있다. 발버둥 쳐도 늦었다. 나는 웃으며 답해주었다.
"담임이 바뀌면 룰도 바뀌는 거예요."
새로 온 담임이 씨알도 안 먹히는 인간임을 깨달은 아이들은 무단도 쏙 줄고 청소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코로나보다 무섭다는 꾀병이 삽시간에 우리 반을 덮쳤다. 11, 12, 13 번호순으로 질서 정연하게 질병 조퇴를 내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갸웃했다.
'오늘 단체로 회식 잡았나?'
다행히 그런 건 아닌지 학부모는 아이가 아픈 게 맞다고 한다. 번호가 멀리 떨어진 아이들도 아픈 걸 보니 번호순으로만 전염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하필 오프라인 개학 며칠 만에 아이들이 아픈 것일까?
"저번 학기에는 수목금 나오고 쉬고 월화 나오고 쉬었잖아. 일주일 내내 연속으로 학교 나온 게 처음이야, 얘네는."
이웃 반 담임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아이들의 꾀병인 듯 꾀병 아닌 꾀병 같은 병에 걸린 이유를 알려 주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저번 학기는 이상하게 수~화로 한 주를 나오게 되어 아이들은 조금 나오면 집에서 쉬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힘든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개학하고 정든 친모(남자이지만) 보내고 빡빡한 계모 만났으니 얼마나 힘들까? 나님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지.
좀 많이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담임을 하면 좀 더 학교 생활이 재미있어진다. 그것이 아이들과 소소한 실랑이일 수도 있고 다른 반 담임 선생님들과의 수다일 수도 있다. 나를 바라보고 연락해달라 이야기해달라는 아이들의 조름은 낯 간지럽지만 담임만이 받을 수 있는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여유를 희생하고 관심을 얻었으니 혹시 나는 관종? 잠시 고민해본다.
카톡-
"선생님 다음 주는 학교 가요?"
다 알려 준 건데 서로 쓰는 언어가 다른가... 쉬는 날에도 쉬지 않고 물어보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