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수업 대응기, 열다섯 번째 이야기
실시간 원격 수업에서 가장 수업의 질을 좌우하는 장비는 무엇일까? 네트워크와 컴퓨터 성능이 중간 이상이라는 가정 하에 가장 수업의 질을 좌우하는 장비는 바로 마이크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지 않은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웹캠'이 있어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실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대학원에서 받는 학생이자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사로서 6개월 이상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웹캠이 가장 쓸모없는 장비이고 마이크가 가장 중요한 장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칠판 촬영이 아닌 화면 공유로 이루어지는 원격 수업에서 학생들은 교수자의 얼굴보다는 공유된 화면에 집중한다. 수업에 라이브함을 한 스푼 더 넣기 위해 웹캠을 켜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작은 창으로 해서 어딘가 멀리 던져 놓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저 공유된 화면일 뿐이다. 공유된 화면이 끊김이 없다는 가정하에 수업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단연 교수자의 음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마이크의 질이다. 유튜브 방송가들이 좋은 마이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다 경험에서 녹아난 산물인 것이다.
실제 줌으로 수업을 받아보면 좋은 마이크를 쓰는 교수님과 그냥 헤드셋 마이크를 쓰는 교수님의 강의 질 차이는 크다. 물론 헤드셋에 따라 수음 정도가 참 많이 다른데, 헤드셋에서 마이크 성능은 통상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 설명서에 설명도 잘 되어 있지 않다. 본교에서는 1학기 동안 원격 수업을 위해 USB 형태의 5만 원 이상 고가의 헤드셋만을 사용했는데, 역시나 같은 가격의 전용 마이크에 비해서 음질이 상당히 떨어진다. 혹시나 2만 원 대의 헤드셋도 사보았는데 음질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수음도 너무 적어서 결국 고가의 장비만 살 수밖에 없었다. 2학기에는 원격 수업 장비 지원금이 교육청에서 내려와서 결국 그것으로 마이크를 사기로 하였다. 필자는 모든 장비들 중 가장 마이크 선별과 테스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데 그 시행착오를 공유하고자 한다.
통상 컴퓨터에는 마이크 연결잭이 달려있다. 노트북에는 헤드셋이나 이어폰용만 달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재미있는 것은 연결잭의 규격이 3가지 정도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학교에서 모든 헤드셋을 USB형으로 산 것은 교실 컴퓨터의 종류가 총 3가지 종류인데 그 컴퓨터마다 마이크 연결잭의 종류가 다 달랐기 때문이다. 그냥 덮어 놓고 아무거나 사면 마이크 연결잭의 문제 때문에 마이크 연결에 실패하는 교실이 많아지고 그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는 비극에 처하게 된다. 결국 연결잭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USB형을 사는 방법밖에 없는데, USB형 마이크나 헤드셋은 무조건 가격이 비싸다. 안 되면 'USB 외장 사운드 카드'를 사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필자는 USB 허브 겸용으로 브리츠 USB 사운드 허브를 선정하여 각 교실에 배부하였다. USB 허브 중 연결선이 길어서 데스크톱이 탁자 아래에 있어서 USB 단자에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해결하는 1석 2조의 제품이다.
마이크에는 '단일 지향성'과 '무 지향성'이 있다. 수음(마이크가 음을 받아들이는) 영역대에 따라 나눈 것인데, 주변의 소리를 모두 균등한 정도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지향성 마이크를 사용하며, 어느 한쪽 방향의 일정한 영역대의 소리를 받아들이면 단일 지향성 마이크를 사용한다. 단일 지향성은 다음과 같이 통상 하트 모양으로 표시되며, 무지향성은 동그란 모양으로 표시한다. 아래 그림은 2가지 모드를 모두 지원하는 '조이트론 Neo 콘덴서' 제품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작고 좋았으나 품절 사태로 테스트용 1대만 구할 수 있었다. 10만 원 이하의 제품으로 가볍고 원격 수업용으로 제격이니 추천한다.(재고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지만)
통상 헤드셋이나 대부분의 1만 원 이하의 마이크 장비들은 모두 무지향성 마이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필자는 마이크 테스트에서 Boya BY-M1 핀 마이크를 고려한 적이 있었는데 무지향성 치고 수음이 깔끔한 이 마이크는 여러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는 괜찮았지만 텅 빈 강의실에서 사용하면 에코 현상이 발생하여 하울링과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결국 빈 교실에서 원맨쇼를 해야 하는 원격수업에서는 단일 지향성 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 단일 지향성 마이크의 가격대는 매우 비싸다.
물론 저렴하고 좋은 단일 지향성 마이크는 있다. Boya BY-MM1이라는 카메라용 마이크인데 필자는 집에서 이것을 사용한다. 2만 원 대에 이 정도 단일 지향성 마이크는 구하기 어려운데 문제는 카메라 용이라서 거치가 쉽지 않다. 결국 스마트폰용 삼각대에 묶어서 사용하는데 키보드 소리가 좀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면 매우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물론 그 외에도 선이 짧기 때문에 다른 연결잭을 사야 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솔직히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퀄리티면 정말 땡큐 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바람 소리는 생각보다 잘 들어가니 세트로 오는 왕만 한 윈드실드는 버리지 말고 꼭 함께 사용하자.
마이크 고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교사들의 각기 다른 장비를 다루는 수준이다. 어떤 교사는 전문가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어 내가 배우러 다니지만 새로운 장비만 보아도 식은땀이 흐르는 많은 교사들이 있다. 다행히 USB형 마이크는 컴퓨터에 꽂아주기만 하면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기본 마이크로 인식되기 때문에 무척 편하지만 문제는 물리적인 설치이다. 결국 마이크는 10만 원 이상의 상당히 고가의 큰 마이크로 수렴되는데 이것을 어디다 놓고 쓰라는 것인가? 유튜버들을 보면 마이크를 위에다 달고 사용하는데 그건 테이블 구조마다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본교의 컴퓨터 책상은 정말 최악이라서 마이크 손을 달고 싶어도 집을 모서리가 없다. 게다가 설치할 곳이 있다고 해도 나도 20분 동안 끙끙 거리며 설치하는 그 엄청난 작업을 어느 담임이 매주 할 것인가? 결국 찾다 찾다 설치할 필요도 없는 마이크를 발견했다. 위에서 소개한 조이트론 NEO 콘덴서 마이크도 그중 하나이고, 지금 소개하는 'Boya BY-PM700'이 그것이다.
이렇게 마이크와 거치대가 일체형으로 나오는데 그냥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되고 작은 마이크용 삼각대보다 훨씬 안정감 있게 마이크를 받치고 있다. 참고로 이 마이크는 조이트론 NEO가 갑자기 품절이 나면서 2만 원 더 주고 산 12만 원대의 마이크인데 조이트론 NEO 보다는 크지만 지향성 모드도 4가지이고 무엇보다 키보드 소리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받침대의 무게와 쿠션감, 그리고 바닥에서부터 마이크가 더 올라와 있는 덕분 같은데 수업 시간에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가 들어가지 않고 교사의 수업 소리만 안정적으로 들어가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설치가 전혀 필요가 없고 그냥 툭 올려놓고 USB만 꽂으면 되는 형태라서 따로 교육할 필요도 없었다.(와우)
이런 방송용 단일 지향성 마이크는 원하는 영역대의 소리를 안정감 있게 수음하는 데 있는데 교사가 마이크에 입을 대지 않고 떨어져 강의를 해도 소리가 잘 들어가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바람직하다. 필자는 모든 교실에 이 마이크를 나누어 주고 교실에 설치된 모든 헤드셋을 반납받은 후 모든 교사들에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제공하였다. 공용 헤드셋을 사용할 경우 문제시되었던 위생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고 무엇보다 하루 4시간 동안 헤드셋 때문에 고통받던 교사들은 귀 아픔에 해방되어 많은 원격 수업하기 좋아졌다고 다들 좋아한다. 물론 아직 이어폰 스피커 설정을 잘 잡지 못해서 고생하는 교사들도 있어 첫 수업 시간은 한 바퀴씩 돌며 봐주고 있다. 역시 뭔가 바뀌면 몸과 마음이 조금 피곤해지는 것 같다.
이상이 필자가 3주 동안 찾아보고 테스트한 마이크 장비이다. 뭔가 Boya에 대한 광고 같지만, 찾아보면 보야 만큼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물건은 드물다. 보야가 로데의 제품을 카피했다고 하는데, 가격대는 3분의 1 수준이면서 테스트를 해보면 더 좋은 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학교의 물품들이 보급형임을 생각해볼 때 인지도 있는 제품도 좋지만 가성비 좋은 물건을 선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본교가 그동안 원격 수업에 사용했던 헤드셋도 워낙 고가의 장비라서 학생들은 체감도가 많이 높지는 않지만 헤드셋에서 벗어나 좋은 장비로 수업을 하게 된 교사들의 만족도는 확실히 올라가는 것 같다. 원격 수업 장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들을 위한 합리적인 제언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