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익숙함으로

원격 수업 대응기, 열한 번째 이야기

by 수리향

교육청에서 한 학급당 417,000원을 쓰라고 공문이 내려오고 한동안 설문조사도 하고 직접 교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원격 수업 어때요?
불편한 점은 없나요?


나의 생각은 단순했다. 불편한 점을 발견한다, 불편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 해결 방안 중 돈이 들어가는 부분을 정리해 교육청에서 내려준 돈으로 집행한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글쎄요, 불편한 점 없는데요?


놀랍게도 많은 교사가 불편한 점이 없다고 답했다. 설마 진짜 불편한 점이 없겠느냐만, 학기 초에는 핀셋으로 먼지 하나조차 집어 컴플레인을 넣던 교사도 불편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Zoom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고 있다. 실습실에서 호스트를 받아서 수업을 하는 전문교과 교사들은 그렇다 치고 낙후된 교실에서 힘들게 수업을 하는 인문 교과 교사들조차 어떻게 불편하지 않을 수가 있지? 나의 궁금증은 손가락을 꽉 채울 만큼 전화를 돌리자 해결되었다.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바뀌니 모르겠어요.


'익숙함' 그 진통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빌트인 방식의 모니터 책상 조차 불편을 모르게 만드는 것일까? 정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장단점이 있다. 학생들과 싸워가며 수업하던 오프라인 수업을 우리는 익숙했기 때문에 생활지도가 없는 온라인 수업이 오히려 불편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공평하게 한 주씩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장점이 느끼고 단점은 익숙함에 묻혀 사라졌던 것 같다. 코로나 19가 처음 왔을 때 마스크도 거리두기도 무척 어색하고 힘들었는데 이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이 된 것처럼 우리는 원격 수업이 일상이 된 것이다.




결국 불편 사항을 샅샅이 뒤져서 서브 모니터로 범위를 좁혔다. 그런데 이것도 마침 실습실에서 대량으로 나온 불용 처리된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로 돈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급하게 부서 전환 신청을 내서 구조한 모니터는 상당히 크고 쓸만했다. 안 구했으면 어쩔 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룻 동안 팔 빠지게 일했던 것 같다. 이제 서브 모니터가 생겼으니 익숙함으로 가렸던 불편함도 해결되었다. 돈이 굳었으니 이걸로 필요한 다른 기자재를 사면 된다. 근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현재 새로 도입할 기자재 후보들을 가져다 몇몇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IT 장비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사용하는 기준으로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아 하나씩 시연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마다 수업 방식이 많이 다르고 수업 자료의 포맷도 각기 달라서 이걸 다 만족하는 기자재를 선정하기는 무척 어려운 것 같다. 노트북은 어차피 전 교사 지급이라고 하니 다른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은데 소소한 장비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요구사항이나 눈높이가 많이 다르다.


사실 수업은 셀프이기에 그냥 아무 거나 정해서 던져 주어도 선생님들은 자신의 틀에 알아서 맞춰서 쓴다. 못 쓰면 못 쓰는 데로 삐져나온 부분은 부딪치다 닳으면서 맞춰 간다. 그렇게 익숙해지는 거다. 하지만 불편이 익숙함이 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냥 문제를 안은 채 익숙해진 것뿐이다. 너무 급하게 일을 몰아붙였던 학기 초와는 달리 이제 약간 여유가 있다. 이제 나의 틀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틀에 맞춰 가야 할 때.


익숙한 불편함이 아닌 익숙한 편리함을 선물할 수 있기를... 오늘도 열심히 궁리해본다.




나의 원격수업 대응기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corona19res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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