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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마. 그럼 편해질 거야

선생님은 전과자

by 수리향

열심히 방송대 공부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점점 잘할수록 직장 내에서의 태움은 심해지면서 직장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공부를 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힘든 이유는 아마 꼬투리일 것이다. 상당히 질이 좋지 않은 한국의 직장 문화 중 하나인데 사람을 가두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별 것 아닌 일로 꼬투리이다.


인사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다면 100의 100은 다 그렇다. 인사는 언제나 45도로 하는데 인사만 받기만 하던 교사들이 어느 날 바빠서 인사라도 안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인사 안 하는 건방진 교사'로 낙인을 찍는다. 당시 내 인사를 받아주는 교사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걸 하나하나 세고 다녔다니. 무엇보다 모두 같은 교사인데 굳이 '나이'에 의한 서열을 매겨 인사를 강요하다니, 이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란 것을 모르는 것일까? 내가 그들에게 인사를 한 것은 같은 교사로서 인사였는데 그들은 나이에 대한 우월감에 따른 보상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받아줄 필요는 못 느끼는데 받지 않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다른 곳에 이유가 있다. 나의 경우는 가끔 내가 뿌리는 '엑셀' 파일이나 그래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조별 수업 때문이었다. 엑셀에 들어간 수식과 VBA 프로그래밍을 보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면전에서 욕을 할 정도로 싫어했다. 게다가 크롬 북을 개인적으로 5개 사서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조별 수업을 하는 나를 보며 같은 과 선생님들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했다.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지 대놓고 그러는 걸 보며 나는 많이 씁쓸했다.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정작 업무에 필요한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오히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나무라다니.


'나는 선생님이 싫어. 선생님을 보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자꾸 상처 받아'


나를 싫어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자신이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수업하고 엑셀 파일도 공유하지 않았지만 숨겨도 숨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결국 이런 수업을 포기하고 엑셀도 프로그래밍도 하지 않는 한 태움은 계속될 것이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안 동료 교사는 넌지시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럼 편해질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편할까? 실제 그들의 괴롭힘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해서도 안 되는 교직에서 나는 방송대도 2년을 휴학하고 한 학기는 F는 받는 등 무기력해져 갔다. 교사를 공부하지 못하게 만드는 교직의 시스템은 정말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계속 무기력해져 갔고 그럴수록 내 주변의 교사들은 점점 행복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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