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링수링 Sep 07. 2021

월요일의 편지

월요일의 수린이가 언젠가의 수린이에게



월요일의 수린이가 언젠가의 수린이에게



 월요일에는 건강검진이 예정되어 있었어. 너도 알지? 별생각이 없었는데 동쓰가 같이 가준다고 월요일에 예약하길 바랐잖아. 자전거 브레이크를 수리해야 하는데 겸사겸사 병원도 같이 가준다는 거지. 나의 검사를 위해 휴가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가준다니 기뻤어.


 전날 밤부터 금식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 근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아픈 거야. 오른쪽 어깨부터 머리까지 넘넘 아팠지. 검진 때문에 신경 써서 그런 건지, 감기 기운인지. 혹시 코로나? 어쨌든 검사를 받으러 나갔어.


 병원에 도착해서 키를 재고 몸무게를 쟀어. 평소랑 똑같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렇다고 했지. 물론 내 키는 볼 때마다 인정하기 싫은 숫자야. 몸무게는 그나마 매일 체중계에 서보니 익숙한 숫자지만. ( 내키는 우리만의 비밀이야. )


 소변을 받아오고 피를 뽑았어. 으.. 나는 내 몸에 바늘이 들어와 있는 게 정말 싫어. 몇 분 있으면 위내시경을 위해 바늘을 꽂아 놓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유방암 검사는 2년 전에 한번 해봐서 더 이상 쑥스럽지는 않더라. 작은 가슴이라 다행이기도 해. 오히려 크면 검사할 때 더 아플 것 같아. 근데 굳이 주변에 가슴 큰 사람에게 물어보지는 않을 거야.  


 드디어 오 분 후 선생님 상담이 끝나면 위내시경 검사야. 2년 전에 수면 내시경 받았을 때 내가 엄청 움직였다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그랬잖아. 그래서 붙잡느라 힘들었다고.. 나 다리랑 팔에도 멍들고 렌즈도 아예 빠져버렸었어. 그래서 그런지 더욱 긴장이 되네. 내 위나 식도가 펑크 나거나 주삿바늘이 빠져서 갑자기 깨거나 그러면 어쩌지? 동쓰가 같이 와서 안심이긴 해. 떵싸러 갔다가 내가 들어가기 직전에 와서 잘하라고 응원도 해주고 갔어. 주사 맞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내시경 끝나고 주무시는 분들 침대가 세 개보여. 다들 같은 자세야. 새우깡 같은 자세. 마치 실험실에 들어온 기분이야.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고 마지막 주사 바늘을 꽂아놓으면서 내 이름을 물어. 본인 확인 절차 같은데 마음이 이상해. 실험실에 들어온 것 같단 말이야.


 휴.. 끝났어. 눈 감았다 떴더니 끝났더라고 배가 좀 아프고 두통은 여전해.


 아직 열 시 반이라 우리에겐 시간이 많아. 자전거를 고치고 점심을 먹으러 돌아다녔어. 그냥 아무 데나 제일 큰 상가 지하에 주차를 하고 밥집을 찾으러 다녔지. 마침 직장인들 점심시간이라 북적북적하더라. 괜히 우리도 바쁜 사람들 사이에 껴서 직장인 느낌도 냈지. 맛있어 보이는 집으로 가보면 줄이 50m야. 코로나 여파가 있긴 한 건지 사람들 많기만 하더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삼계탕집으로 갔어. 13000원이래. 비싼데 동쓰가 사줄까? 7500원짜리 장칼국수가 있길래 맵냐고 물어봤더니 맵데. 하는 수 없이 우린 녹두삼계탕 두 개를 시켰지. 나는 어쩌다가 매번 밥값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 비싼 건 선뜻 못 먹는 사람을 말해 )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도 고민을 안 해본 적은 없긴 한데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 경제관념이 있다고 하기엔 삶이 좀 팍팍한 것 같아.


 몸보신을 하긴 했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아파. 둘만의 시간이 아깝지만 집으로 와서 나는 침대에 누웠지. 눈 떠보니 으나가 피아노 학원을 간 시간이야! 동쓰에게 세시반에 애 데리러 가야 한다고 말했더니 다녀오래. 한번 빽 소리 지르고 시간 잊지 말라고 말했어. 감기가 걸린 걸까? 누우면 몇 시간이 지나있어. 두통은 나아졌는데 잠이 계속 와.



 내일의 언젠가에 있는 수린아! 요즘 외출만 하고 오면 몸이 피곤하니까 외출 안 해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그리고 푹 쉬는 것도 중요하고, 점심도 잘 챙겨 먹어. 물론 이걸 내가 쓰면서도 너는 안 할 것 같긴 해.  쉬는 건 잘하겠지? 그거라도 해!


 좋은 날 다시 편지할게




덧붙임: 뻥이요를 먹고 싶다는 날 위해 으나랑 매장 세 개를 돌아다니며 사다 준 동쓰에게 고마워하자.


아프느라 고생했으니 꽃그림도 같이 보내요.



월요일의 수린이가 휴식을 담아 

매거진의 이전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