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인 우리 딸은 언제나 나를 보면 안기러 뛰어온다.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를 향해 뛰어왔다. 방에서든 거실에서든 어린이집에서든 학원 앞이든 학교 하굣길이든 나를 보면 항상 뛰기 시작한다. 5학년을 마치고 지나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안기는 아이로 태어난 것 같긴 하다. 6,7살 때는 그런 말도 했었다.
엄마 우리 오늘 안아보지 못했잖아.
그래? 우리으나 안아보자!
그때부터 우리는 ’안기‘ 생각이 떠오르면 한 단어씩 주고받기 시작했다.
우리
안아
보지
못했
잖아
나는 팔을 벌리고 있고, 아이는 뛰어온다.
개구리처럼 나에게 안긴다.
-
작년 새해엔 찜질방을 갔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던 건지 새해마다 찜질방을 가자는 아이.
올해도 6시간 제한시간을 꽉 채워서 놀다 나왔다.
예전에는 시간을 잘 못 맞춰서 마지막에 씻는 시간이 모자랐던지라 이번엔 한 시간을 남기고 아이랑 목욕탕에 들어갔다. 아이랑 각자 샴푸하고 몸을 씻고 41도 탕에 들어가니 얼마나 뜨끈한지! 이곳엔 버블탕도 있었는데 깊이가 1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아이는 살짝 수영을 하며 벽에 기대고 있는 나에게 헤엄쳐 오더니,
안기며 내 무릎에 앉았다.
아직 사춘기가 되어가는 몸은 아니지만 고학년 어린이라 팔다리가 긴데 목욕탕에서 이런 아이를 안으니 기분이 묘했다.
나는 우리 엄마한테 언제 안겨봤지?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나는 엄마한테 안겼던 기억이 별로 없다. 퇴근하는 아빠는 매일매일 꽉 안아주셨는데 그것도 내가 가슴이 나오고부터는 싫어서 안 했었다.
나에게 아직도 언제나 안기는 우리 아이를 보니 마음이 이상하다. 부럽다. 이렇게 컸는데도 엄마아빠의 품이 여전히 자기만의 것이니까.
흠. 그래서 내가 그렇게 신랑한테 안기는 걸 좋아하나 보다. 퇴근하면 항상 마중 나가서 내가 먼저 안기니까. 어디서든 신랑을 만나면 안기러 가니까.
우리 오늘도 더 많이 안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