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 고양이의 장례식
대학시절, 친구가 키우던 햄스터가 죽은 일이 있었다.
4만 원을 주고 산 햄스터였는데, 어떤 병에 걸렸고 치료비로 몇 십 만원이 든다고 했다. 친구는 돈이 없었고, 결국 햄스터는 죽었다. 친구는 엉엉 울며 햄스터를 묻어주는데 같이 가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학교 뒤편에 있는 언덕위에 올라가 커다란 나무 아래 햄스터를 묻어주었다. 친구가 죽은 햄스터의 무덤 앞에서 뭐라고 한참을 얘기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그것이 내가 겪은 동물의 첫 장례식이었다는 사실뿐이다.
하리가 떠났다.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거대한 슬픔이 폭풍처럼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 눈앞에서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걸 본 것도, 사랑하는 존재와의 영원한 이별도 처음이었다. 그건 마음이 부서지는 경험이었다.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 하리를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평생 깔끔쟁이었던 하리의 몸에 강제로 먹이면서 튄 습식이 갈색으로 물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얗고 뽀송한 모습으로 떠나고 싶을 거라 생각했다. 샤워부스에 하리를 눕히고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고양이는 본래 물을 싫어해 목욕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동물이다. 하리와 하루는 1년에 두어 번 목욕을 시켜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난리를 치는 하루와 달리 하리는 가만히 참아주는 편이었다. 참 순하고 착한 고양이였다. 한 번도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다. 그 싫어하는 목욕을 하던 순간에도.
뽀송뽀송해진 하리는 딱딱하게 굳지도 않았다. 배는 여전히 몰랑거렸고, 기분 탓인지 차갑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산소방안에 좋아하던 담요를 깔고 깨끗해진 하리를 눕히고 그 주변에 좋아했던 캣잎쿠션과 간식들을 놓아주었다. 하리는 잠든 듯 평화로워 보였다. 엄마와 나는 하리와 함께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밥을 먹고 하리얘기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바쁘게 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한번만 더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싶었다. 그 날이 하리와 우리 집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날, 막냇동생의 차를 타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갔다.
가는 길에는 담요에 하리를 둘러싸 품에 안고 갔는데, 아기가 내 품에 안겨 잠들어있는 것 같았다. 뉴스에선 비가 한바탕 쏟아질 거라고 했는데 날이 좋았다. 춥지도 덥지도 비가 오지도 구름이 흐리지도 않은 적당히 맑은 날이다. 떠나기에 괜찮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까만 정장에 하얀색 장갑을 낀 장례지도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저에게 건네주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몇 걸음, 장례식장 안에선 다른 지도사가 은색의 트레이를 앞에 두고 서있었다. 하리를 거기 내려놓으면 데리고 가서 염을 해준다고 했다.
“우리 하리는 어제 목욕을 시켜서 깨끗한데요.”
낯선 곳으로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 머뭇거리며 말해보았지만 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준비해야할 것이 있다고 해서 결국 하리를 보냈다. 그 사이에는 장례식장에서 준비해 준 애도장소에 가서 기다렸다. 어두운 조명에 단독실, 가운데 있는 큰 모니터에는 장례식장에 오기 전 보내 둔 하리의 사진이 차례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리 내서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되는 장소라는 생각에 모니터 속 하리를 보고 엉엉 울었다. 잠시 뒤 하리는 예쁜 꽃장식과 함께 박스 안에 한지로 몸이 덮인 채 돌아왔다. 나는 한지를 걷어내고 하리의 몸을 쓰다듬으며 못 다한 말을 했다. 중구난방의 두서없는 말이었지만 대부분은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마웠다는 말이다.
“우리 언니한테 와줘서 고마워.”
막냇동생은 그 말을 계속 해줬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사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나도 결국엔 그 말만 되뇌었다.
처음 왔던 날 모습 그대로 하리가 고양이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