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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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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08. 2024

어색함이 자연스러움이 되기까지

파도를 거스르며 패들링 한다. 서프보드 위에 엎드려 앞으로 나아간다. 두 팔이 보드 양쪽 바닷물을 가르며 노를 젓는다. 양팔로 바닷물을 밀어내는 패들링도 처음에는 잘 안되었다. 팔을 바다 깊숙이 넣어야 한다. 앞으로 쭉 뻗은 다음, 바다 깊숙이 팔을 넣으며 물을 끓어당긴다. 다시 팔 힘을 뺀 후 옆으로 돌린다. 이 동작을 반복하면 나를 태운 서프보드가 앞으로 나간다. 서프보드 위에 앉아 방향을 바꾸는 동작도 쉬워졌다. 보드 끝쪽에 엉덩이를 놓고 앉는다. 양다리를 보드 위에 걸쳐 바다에 내려놓는다. 양쪽 다리를 번갈아 가며 회전한다. 서프보드 위에서 앉고, 회전하고, 엎드리고, 나아가고, 일어서고의 동작이 조금은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보드 위에 앉는 것조차 어려웠다. 참 신기하다. 이제, 어색하던 동작들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파도를 잘 타는 건 전혀 아니다. 파도를 잘 타지는 못하지만, 바닷물 속에서 기본 동작들은 어색하지 않다. 엄청난 소득이다.

 자연스러워지려고 거의 매일 슈트를 입고 벗고를 했다. 책을 매일 읽고, 글도 매일 쓰면 글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리라. 그때, 나는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지금 제주도는 어색하지 않다. 제주도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는 동네 구석구석을 감상하며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여러 번의 만남이 필요하겠지!

학기 초에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면 낯선 얼굴들이 나를 쳐다본다. 서로 어색하다. 그 어색함이 사라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도 있다. 내가 파도 위에서 파도타기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학급 아이들도 학급 공동체 안에서 서로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어가도록 돕는 활동을 한다. 어색함이 자연스러움이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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