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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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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09. 2024

두려움이 기쁨이 되기까지

두려움은 나를 사로잡는다. 내 마음을 몽땅 묶어 버린다. 두려움에 갇혀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서핑을 배우러 바다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 그때도 그랬다. 처음이라 깊은 곳에 가지 않았는데도 두려움이 나를 꽉 움켜쥐었다. 바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바다에 고꾸라져 바닷속에 처박힐까 하는 두려움. 나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바다에 들어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들어갔다. 내가 두려움을 정복하기 위해서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마음 자세가 그랬을까? 마음을 단단히 무장했다. 전쟁터에 나가듯 죽으면 죽으리라는 눈빛을 뿜으며 들어갔다. 첨벙 빠지면 허우적대며 다시 일어나 보드 위에 올라탔다. 큰 파도가 밀려올 때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해냈다. 이젠 두렵지 않다. 비록 파도를 멋지게 타지는 못하지만 기쁘다. 서프보드를 밀면서 바다로 들어갈 때, 넓은 바다가 다 내 세상이 된 듯하다. 나는 전쟁터에 나간 전사처럼 바다와 싸웠다. 

 남편과의 갈등을 늘 삶의 바탕에 깔고 살았던 세월. 그 갈등에 묶이지 않기 위해 나 자신과 싸웠다. 갈등의 두려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내 마음과 투쟁했다. 뇌종양으로 깨지고, 폐암으로 무너졌다. 다시 일어나 삶의 방향을 뒤집었다. 예전 삶을 버리기 위해 예전의 나와 처절하게 투쟁했다. 갈등으로 인한 두려움이 기쁨으로 변했다. 기필코 해낸다는 믿음이 두려움을 기쁨으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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