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8일 일요일. 뉴저지 만나교회.
아침 햇살이 창문을 환하게 비췄다. 좁은 방안에는 커다란 캐리어 2개가 세워져 있다. 옷장 안에도 짐이 조금 쌓여 있다. 딸이 옮겨야 할 짐이다. 이 짐들은 며칠 후에 어느 장소로 옮겨지게 될까? 내가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딸이 지낼 방을 구하고 짐을 옮겨야 한다. 그러려면 딸이 지원한 연구실 중 어느 곳에서라도 합격 소식을 보내줘야 한다. 오라는 곳이 없으면, 한 달 살기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딸은 말한다. 그 말 안에 담긴 딸의 처절한 마음이 나에게 전해진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외로울뻔한 여행이었다. 여행 목적으로 경비를 마련하여 왔다면 얼마나 들뜨고 신났을까! 여행 내내 딸과 나는 긴장 아닌 긴장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 절박한 상황을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뉴저지 만나교회, 그 교회로 가는 우리의 마음은 그래도 평안했다. 어떻게 되어지던지, 그 순간순간 순리대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믿음. 그 믿음이 평안케 했다.
뉴저지 주택가에 있는 교회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주택들이다. 널찍한 도로, 그 도로가에 늘어선 커다란 나무들, 다람쥐가 나무 위로 올라간다. 평화롭다. 조용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목사님과 사모님, 맛있는 점심, 반겨 주는 교회 성도들. 딸과 내 마음이 더 평안해졌다.
목사님 댁에서의 이야기 나눔, 집 근처 분식집에서 저녁으로 먹은 다양한 퓨전 요리들, 넓은 정원 같은 길가를 걸으며 누린 여유. 이곳에 오기 전 며칠 동안, 달리고 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기쁘지만 힘들었던 마음,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두렵기도 했던 마음이 살살 녹아내리는 듯했다.
두 분은 필라델피아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셨다. 하루 동안 여유로움과 평안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우리는 바로 마트로 갔다. 딸 짐을 담을 커다란 캐리어를 사기 위해서다. 큰 캐리어 한 개와 중간 사이즈 한 개를 샀다. 내 기내용 캐리어가 다 고장 나고 낡았다며 기내용 캐리어도 한 개 샀다. 내가 가지고 온 낡은 캐리어는 딸이 당분간 사용한단다. 방에 돌아와 우리는 곧바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 아침 일찍 딸은 학교에 가야 한단다. 지원한 곳에서 면접을 보자고 하여, 그 시간에 줌으로 면접을 본단다. 우리는 잠자기 전에 기도했다. 침대가 폭신폭신했다. 딸과 나는 잠에 곯아떨어졌다. 거실에서 나는 시끄러운 이야기 소리도, 잠이 들어가니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