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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Oct 07. 2024

뉴저지 만나교회

2024년 7월 28일 일요일. 뉴저지 만나교회.

아침 햇살이 창문을 환하게 비췄다. 좁은 방안에는 커다란 캐리어 2개가 세워져 있다. 옷장 안에도 짐이 조금 쌓여 있다. 딸이 옮겨야 할 짐이다. 이 짐들은 며칠 후에 어느 장소로 옮겨지게 될까? 내가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딸이 지낼 방을 구하고 짐을 옮겨야 한다. 그러려면 딸이 지원한 연구실 중 어느 곳에서라도 합격 소식을 보내줘야 한다. 오라는 곳이 없으면, 한 달 살기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딸은 말한다. 그 말 안에 담긴 딸의 처절한 마음이 나에게 전해진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외로울뻔한 여행이었다. 여행 목적으로 경비를 마련하여 왔다면 얼마나 들뜨고 신났을까! 여행 내내 딸과 나는 긴장 아닌 긴장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 절박한 상황을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뉴저지 만나교회, 그 교회로 가는 우리의 마음은 그래도 평안했다. 어떻게 되어지던지, 그 순간순간 순리대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믿음. 그 믿음이 평안케 했다. 

뉴저지 주택가에 있는 교회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주택들이다. 널찍한 도로, 그 도로가에 늘어선 커다란 나무들, 다람쥐가 나무 위로 올라간다. 평화롭다. 조용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목사님과 사모님, 맛있는 점심, 반겨 주는 교회 성도들. 딸과 내 마음이 더 평안해졌다. 

목사님 댁에서의 이야기 나눔, 집 근처 분식집에서 저녁으로 먹은 다양한 퓨전 요리들, 넓은 정원 같은 길가를 걸으며 누린 여유. 이곳에 오기 전 며칠 동안, 달리고 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기쁘지만 힘들었던 마음,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두렵기도 했던 마음이 살살 녹아내리는 듯했다. 

두 분은 필라델피아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셨다. 하루 동안 여유로움과 평안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우리는 바로 마트로 갔다. 딸 짐을 담을 커다란 캐리어를 사기 위해서다. 큰 캐리어 한 개와 중간 사이즈 한 개를 샀다. 내 기내용 캐리어가 다 고장 나고 낡았다며 기내용 캐리어도 한 개 샀다. 내가 가지고 온 낡은 캐리어는 딸이 당분간 사용한단다.  방에 돌아와 우리는 곧바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 아침 일찍 딸은 학교에 가야 한단다. 지원한 곳에서 면접을 보자고 하여, 그 시간에 줌으로 면접을 본단다. 우리는 잠자기 전에 기도했다. 침대가 폭신폭신했다. 딸과 나는 잠에 곯아떨어졌다. 거실에서 나는 시끄러운 이야기 소리도, 잠이 들어가니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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