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0일 화요일.
방안에 빨래가 가득하다. 침대 모서리, 책상 모서리, 방바닥, 옷장 옷걸이, 문고리. 빨래가 걸려 있는 곳이다. 건조기가 고장 났는데,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다. 두 외국인 학생이 아마도 귀찮았나 보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건조기가 고장 난 상황을 원망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뻐하며 감사하기로 작정한 자세였다. 딸이 지원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러 학교에 갔다. 우리는 며칠 동안 다른 곳에 다녀올 것이다. 다녀온 후 바로 그날, 방에 놓여 있는 짐만 들고 공항으로 가야 한다. 짐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며칠 동안 여행을 다닐 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여 짐을 정리해야 한다.
긴장된 마음은 무얼까? 우리가 며칠 이곳을 떠나 여행을 다니는 동안, 어디선가 합격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 이 짐들을 어디로 이동해 갈 것인가! 딸이 없는 좁은 방 안에 두려운 기운이 맴돌려한다. 서울을 떠나 올 때, 내가 미국을 떠나기 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합격도 되고, 방도 구한 후 이사도 하고. 그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캐리어 한 개와 기내용 캐리어 한 개를 샀다. 짐을 옮기기 위해 필요했다. 딸은, 짐을 옮긴 후에는 새 캐리어를 내가 다 가지고 가란다. 낡은 기내용 캐리어는 딸이 사용하다가 버린다고. 널어놓은 빨래만 남기고 모든 짐을 꾸역꾸역 캐리어에 넣었다. 기내용 캐리어 두 개는 며칠 동안 가지고 다닐 여행용 짐이다. 커다란 캐리어 두 개에 꽉 찼다. 이불, 베개, 몇 가지 굵직한 짐이 남아 있는데 넣을 가방이 없다. 딸은 좀 늦게 들어온다며 점심으로 먹을 것을 준비해 놓고 갔다. 거실에 아무도 없으니, 내가 나와서 챙겨 먹어도 된다며, 거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고 갔다. 딸이 없는 동안 쉬기도 하고, 글도 정리하며 몸과 마음을 챙겼다. 이 짐들을 가지고 이곳저곳 옮겨 다녔을 딸을 생각하니, 엄마인 내 마음이 저렸다. 나는 어른인데도 응석받이처럼 아무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왔다. 딸을 위로하거나, 아들을 위로할 강한 마음이 부족했다. 그런 나를 나 자신이 잘 안다. 잘 되지 않는 불안한 상황일 때, 자녀들에게나 누구에게라도 당황하는 모습을 잘 보이는 나다. 아들과 딸은 나의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딸을 안아 줄 수 있는 담대한 모습, 강한 모습, 믿음으로 감사하는 모습, 이 모습을 준비했다. 엄마가 되자! 딸이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자! 미국에서 딸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것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마음훈련이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딸과 아들. 내 자녀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청년들. 이제 그 청년들 앞에서 담대하고 강한 모습이 되자! 성숙한 어른이 되자! 성숙한 엄마가 되자! 그 아이들이 쓰러지고 넘어질 때, 내 손 내밀면 잡고 일어날 수 있도록, 믿음으로 위로할 수 있는 그 담대한 모습을 키우자!
강한 모습의 딸,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미국 땅에 홀로 유학 온 딸, 그런 딸이 낮에는 달려 다니고, 뛰어다닌다. 밤이 되면 불안한 마음에 울기도 한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몰라, 두려움으로 몸을 떨기도 한다. 잘 될 거라고, 지금 잘되어 가고 있는 거라고, 잘못된 것 같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른 길로 나아가는 기회일 거라고, 강하고 부드러운 말로 안아주고 토닥여 주는, 나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