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by 수수

3남 3녀 중에서 둘째 딸로 태어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면서 성장해 온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다. 가장 큰 오빠가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2남 3녀가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형제 중 가운데에 자리했다. 오빠, 언니, 나,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5남매가 되었다. 충청남도 당진시 면 소재지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삼촌, 고모, 큰오빠, 작은오빠, 언니,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대가족이 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조부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쯤 큰오빠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우리 집은 대전환이 일어났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여동생과 남동생, 고모, 할머니, 작은오빠는 서울에서 살게 되었고, 1년 후 언니는 천안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삼촌은 그 전에 서울에 올라갔다. 시골집에는 부모님과 나만 남게 되었고, 슬픔을 가득 안고 살아가시는 부모님 곁에서 나는 늘 혼자인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큰오빠로 인한 슬픔과 어린 아들과 딸을 멀리 두고 있어 밀려오는 걱정과 그리움으로 우울함에 빠져 지내셨다. 아버지도 일을 안 하실 때면 소주를 자주 드셨다.


나는 가보지도 않은 산 너머 멀리의 서울을 자주 그리워 하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 안 청소와 식사 준비를 하기도 하고, 밭에 나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아 나서곤 했다. 아버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셔서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따듯하게 해주셨고, 어머니는 따뜻한 밥과 반찬으로 도시락을 준비해 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형제들이 다른 곳에 있고 나만 부모님 곁에서 함께 지내며 살아오다가 고등학교 때 천안을 거쳐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었다. 형제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그리 오랜 기간도 아니었을 텐데 나는 형제들이 어색했다. 언니는 나와 두 살 차이라서 그런지 어린 동생들에게는 살갑게 잘하지만, 나에게는 좀 경쟁하는 듯한 감정을 느낀 곤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고, 대학생 때 남편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지만 계속되는 다가옴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결혼 후에도 나는 남편이 많은 것을 다 감당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늘 기대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가 자녀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어린 자녀들에게 마음을 의지하게 되었다. 남편과의 갈등이 심한 상태에서 나는 자녀들에게 더 의지하게 되었고, 자녀들이 없을 때 나는 집 안에 있는 것이 힘들었다.


폐암 수술 후, 집을 떠나서 있지만 아직도 자녀들과 연결되어 지내고 있다. 처음 강릉에 왔을 때는 아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고, 그 이후 포항에서는 딸과 함께 생활했다. 지금은 아들과 같은 집에서는 생활하지 않지만 강릉이라는 도시 안에서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 딸은 지금 서울집에서 아빠와 함께 지내고 있어서 이제 온전히 나 혼자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남편, 아들딸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단련하고 있다. 혼자 스스로 강한 내가 되고 싶어서 2023년에는 제주도에서 살기로 했다. 며칠 전에 살 집을 살펴보러 제주도에 다녀왔다. 12월 중에 한 번 더 가서 어느 곳에 방을 구하면 좋을지 알아보려고 한다. 1월 중에는 한달살기를 하면서 2023년 1년 동안 생활할 방을 구하려고 한다. 제주도에 다녀오는 비행기표와 렌터카, 숙소 예약을 나 스스로 혼자 해보았다. 처음이다.


"엄마, 이제 처음이야?"


"응, 엄마가 이렇게 혼자 무언가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야."


"엄마, 이제는 엄마가 다 해야해 우리에게 묻지 말고."


부모로부터 독립 후, 남편으로부터, 아들 아들딸로부터 독립을 준비한다. 나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기를 때 자녀들도 자유롭게 독립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독립하지 못하고 있을 때 또 누군가를 나에게 묶어 놓고 있게 될거다. 독립한 후 나를 바로 찾을 때 남편에게도 더 관대하게 대할 힘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녀들이 그들 스스로 자기 삶을 찾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 같다.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살아 온 나에게는 몹 시도 힘든 과정이지만 폐암 수술 후 나는 그 힘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자 잘 생활할 수 있는 삶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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