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손잡고 산책해요.”

by 수수


“선생님, 술래잡기해요.”
“선생님, 산책해요.”

2학년 아이들, 3월 첫날부터 나에게 다가온 건 아니었다. 지혁이라는 아이와 함께 있었던 일이 있은 후부터 지혁이와 여러 아이들이 껌딱지처럼 나를 쫓아다녔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산책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점심시간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뛰어놀았다. 나도 아이들을 따라 운동장으로 나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친구들 관계를 파악하기도 하고, 아이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다. 노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아이에게 내가 해 줄 도움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공부 시간에 아무 말없이 조용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 건,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3월 첫째 주 어느 날이었다. 식사 후에 운동장에 나가지도,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보드 게임도 하지 않고 혼자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아이가 있었다. 지혁이었다. 급식실에서 식사할 때 바로 나와 마주 보고 앉는 아이였다. 지혁이는 밥도 반찬도 거의 먹으려 하지 않았다. 깡마른 체구에 키도 작았다. 매일 아침밥을 먹지 않고 온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지혁이가 혼자 있는 모습이 내 마음에 걸렸다. 교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선뜻 다가가지도 못했고, 운동장에서도 이곳저곳 구석진 곳을 왔다 갔다만 할 뿐이었다. 교사인 나는 지혁이의 그런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혁아, 오늘 밥 다 먹고 나랑 산책할까?”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난 후, 내 앞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지혁이에게 소곤거리듯이 말했다. 지혁이는 좋은 친구라도 얻은 듯이 좋아서 벌쩍 뛰었다. 몸이 날아갈 듯 보였다. 기웃거릴 때의 느린 모습이 다 사라지고 쏜살같이 움직였다. 지혁이와 나는 급식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지혁이 손을 잡았다.

“지혁아, 이 꽃 좀 봐봐”

나는 급식실 옆에 있는 화단 앞에 서서 자그마한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라색 꽃이에요. 선생님 여기도 꽃이 있어요. 빨간색요.” 지혁이가 신나 하며 말했다.

“와, 나무가 크다.”
“잎이 푸르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자연에 대해 단순한 말로 지혁이에게 말했다.
“선생님, 여기 봐요.” 나중에는 지혁이가 꽃을 가리키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4월이 되고, 5월이 되었다. 지혁이와 나는 잡기 놀이도 하고 네 잎클로버 찾기 놀이도 했다. 그 이후, 내가 지혁이와 신나게 놀자, 다른 아이들 몇몇이 자기들도 끼워 달라며 쫓아왔다. 점심 식사 후에 산책하는 일이 학급 놀이가 됐다. 지혁이는 다른 아이들과 술래잡기도 하고 자연관찰 놀이도 했다. 지혁이 옆에 내가 있었는데, 그 자리를 친구들이 채웠다.

학예회 날, 지혁이는 자기 차례가 되자 망설임 없이 벌떡 일어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선생님, 음악 틀어 주세요.” 지혁이는 어떤 음악이든지 다 괜찮다고 했다. 신나는 음악이면 된다고 했다. 지혁이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몸짓은 나와 학급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음악이 나오자, 지혁이는 춤을 췄다. 두 다리는 벌리고 섰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두 팔만 좌우로 흔드는 어설퍼 보이는 동작이었지만, 흥이 묻어 있었다. 지혁이가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을 다 쏟아내는 움직이였다. 지혁이의 뜻밖의 행동에 아이들 모두는 환호를 질렀다. 지혁이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선생님, 우리 같이 놀아요. 보드게임해요.” 어느 날 점심시간에 두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아이들 손에는 보드게임 도구가 들려져 있었다. 바로 게임판을 벌일 기세였다.
“정말! 나는 보드게임 할 줄 모르는데”

“괜찮아요. 우리가 알려드리면 돼요. 쉬워요.”

나는 보드게임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때마다 복잡해 보이는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오곤 했다.

나는 아이들과 놀고 싶었다. 나와 함께 보드게임을 꼭 해보겠다고 다가 온 아이들이었다.

“선생님 이도 닦아야 하고, 다음 시간 준비도 해야 하는데.”

“선생님, 그럼 오후 하교 후에 해요.”

“집에 가야 하잖아”

“괜찮아요. 방과 후 수업 시작 전에 잠깐 시간이 있어요.”

두 아이는 일란성쌍둥이였는데 항상 함께 다녔다.

“그래” 나는 두 아이와 약속했다. 다른 아이들 하교 후에 보드게임을 하기로 했다.

두 아이의 부모님은 일이 바쁘셔서 늦게 들어오신다고 했다. 부모님과 놀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날 나는 두 아이와 보드게임을 했다. 할 일이 많았지만, 뒤로 미뤘다. 30분이라는 시간을 두 아이에게 쏟았다. 나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해 주느라 신이 난 아이들이었다. 쌍둥이로 서로 자매였지만, 학급에서 자주 다투던 두 아이였는데 게임을 할 때는 모두 까르르 웃으며 사이가 좋았다. 나도 맘껏 웃었다. 구슬 색깔을 순서대로 맞추어 정리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빠르고 정교하게 색깔을 맞추는 두 아이를 보며 나는 이기고 싶어 긴장하기도 했다. 내가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내가 꼴찌를 할 때마다 아이들은 신나 했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방과 후에 보드게임을 했다. 그런 시간을 보낸 후, 두 아이는 공부 시간에 집중을 더 잘했다. 수학문제 중에 잘 풀리지 않는 문제는 쉬는 시간에 나에게 가지고 나왔다. 쉽게 다투던 모습도 점점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단순했다. 같이 하자, 고 말하는 순간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과 같이 웃고 뛰어놀면 되었다. 나는 아이들 속에서 함께 노는 방법도 배우고, 대화하는 힘도 길렀다. 내가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준 것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나를 챙겨 친구가 되어 준다는 걸 나는 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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