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거예요? 불안한 거예요?

상담은 답을 주지 않는다.

by 한수정

7월 중순에 첫 심리 상담이 시작되었다.

버스를 타고 센터로 가면서 내 문제는 뭘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한 나의 문제는 자신감과 자존감 부족이었다.


그 당시 어떤 일을 제안받았는데,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에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며칠을 고민했다.

제안을 받든 내가 지원을 해야 되든 같은 문제로 고민한 적이 적지 않았다.


'언뜻 보면 좋은 기회 같은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영리한 사람이라면 일단 해보고 방법은 그때 가서 찾으면 된다고 할 텐데, 나는 미리 걱정하는 걸 떨쳐내지 못했다. 사서 고생도 아니고 사서 걱정인 셈이다.

주위 사람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이런저런 장고 끝에 그 제안에 대해 상대방에게 긍정의 답을 주었다.

그런데 고민의 시간이 무색하게 결국 그 일은 이후 진척 없이 흐지부지하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고 보니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족해서 일이 시작도 안 되었던 게 아닐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그때는 이런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 후 이러이러했고, 그래서 그때 뭐가 안 됐고 실패를 했지. 이런 식으로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뭐 하나 아쉽지 않은 게 없고, 이렇다 하게 내밀만 한 결과가 없어서 내가 자신감이 없지 않았나 싶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자 상담사는 그 얘기를 앞으로 상담의 주력 주제이자 해결할 문제로 보자고 말했다. 그런 걸 가리켜 상담에서 무엇을 다루고 싶은지 ‘호소 문제’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 일로 인해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는 건 안 내키고, 그 일을 안 하게 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묻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담사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니까 그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상담사는 스트레스가 되는 문제를 만났을 때 대처 전략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만났을 때 내가 경험한 감정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나를 이해하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대처하는지도 깨닫게 된다고 했다.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회피는 도움이 안 되고, 내가 그 문제를 보고 발견하고 무엇을 선택할지 대처 전략을 키우면 그게 바로 나의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회피하고 묻어두면 내재화가 되어서 나도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고 자꾸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물었다.


“그분과의 문제를 그냥 묻어두려고 하는 게 뭐 때문인가요? 무언가 불안해서인가요? 아니면 두려워서인가요?”


이에 대해 내 마음을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왠지 어려웠다.


“그냥 제가 주체적이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휘둘리기 싫어서인 것 같아요. 그분과의 관계가 어긋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나는 원래 '~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상하게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상담사는 다시 물었다.


“내가 주체적이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 의해 휘둘릴까 봐 두려운 건가요? 아니면 내가 주체적이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릴까 봐 불안한 건가요?

내가 지금 주체적이지 못해서 불안하다면 그건 그 불안이 나한테 있는 거예요. 내가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내가 인식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상담 목표는 이걸 뒤집으면 돼요. 나의 주체성을 높이기, 아니면 불안 조절하기.

그 휘둘림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건지 두려운 건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


얼핏 들으면 비슷할 것 같은 두 감정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 것 같았다.


“그분이 두려워서는 아닌 것 같고... 생각해 보니 불안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상담사는 주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의 약한 점을 펼쳐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담은 나를 아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주체성이 약해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주체성이 약할 때 내가 어땠는지 나 스스로를 관찰해 보면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나올 거라는 것이다.


“수정 씨는 불안 감정을 다스리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나의 주체성을 좀 더 높이고 싶은 건가요?”


내가 후자 쪽이라고 대답하자 다시 물었다.


“뭘 하면 주체성이 높아질 것 같으세요?”


상담이라는 게 뭔가 나에게 답을 줄 것 같았는데 반대로 나한테 자꾸 물어보니까 조금 곤혹스럽기도 했다. 동시에 그걸 생각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머릿속 짱구를 핑핑핑 돌린 끝에 대답했다.


나의 의지로 뭔가 이끌어가고 이뤄 나가는 거요.


내 말에 상담사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얘기가 막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도 있는데, 수정 씨는 비교적 잘 정돈된 편이에요. 그러니 본인에게 확신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불안과 두려움은 다른 거였구나.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면 그것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계속 품고 속으로 끙끙 앓았을 것이다.

때로는 비슷해 보이는 것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정체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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