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
2004년 여름,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요크셔테리어라고 했다. 수컷. 7월 12일에 태어나 두 달이 채 안된 아기였다. 우리는 이 강아지에 '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머머머머! 어디서 데려오셨어요? 너무 귀여워요 ㅠㅠ"
까맣고 조그만 센은 어딜 가나 칭찬세례를 받았다. 아마 6개월 까지였을 거다.
센이 성견이 되면서 행인들에게 들은 말이다. 모두가 이런 말을 내뱉은 건 아니지만, 가끔씩 거리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들을 때마다 비수가 돼 꽂혔다.
아무리 개라지만, 개도 눈치가 있다. 사람들이 자길 사랑하는지 싫어하는지 동물적 감각으로 안다. 이 말을 뒤로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이 괜히 처량했다.
사람들 말처럼 센은 요크셔테리어랑은 뭔가 달랐다. 일단 몸통이 컸고, 머리통도 컸다. 다리도 길쭉한 데다가 아주 튼튼했다. 요크셔테리어는 한팔로 쏙 안을 수 있는 크기와 무게지만, 센은 양 팔과 허리 힘을 이용해 번쩍 들어 올려야 했다. 그렇게 몸무게는 5kg를 금방 넘었다.
'뭐... 요키들이 교배하다가 이런 요키도 나오는 거겠지...' '우리 센 잡종이라고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ㅠㅠ'
당시 나는 교환학생으로 미국 버펄로에 있었다. 친구들과 나이아가라 폭포에 놀러 갔다. 그런데 센을 봤다. 미국에서.
센이랑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폭포 근처 산책길을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백인 할아버지가 개를 목줄에 걸고 운동을 나왔다. 그 개는 분명 센이었다. 다리 길고 몸 통통하고 입 삐쭉 나온 센!
국적 불문하고 사람들은 강아지가 있으면 일단 관심을 가진다. "강아지 너무 귀여워요" "얘 이름 뭐예요?"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무슨 종이예요?"
기숙사에 돌아와 얼른 컴퓨터를 켰다. (실..키..테리어... 엔터!)
실키 테리어 [ Silky Terrier]
요약: 침입자가 나타나면 날카롭게 짖어대는 훌륭한 경비견
원산지: 오스트레일리아
[네이버 지식백과] ((사)한국애견협회 애견정보, (사)한국애견협회)
사진도 둘러봤다. 어머, 너 호주에서 건너온 개였어?
실키 테리어는 영국 '테리어'를 개량한 종 가운데 하나다. 실키 테리어는 요크셔테리어보다 체구가 조금 크다. 이름 '실키'에서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털 색은 조금 연하다. 코와 눈 사이가 길쭉하다. (고로므로 더욱 귀엽다. '요키와 실키 차이' 강아지 상식 블로그 참고)
종이 있느냐 없느냐,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은. 센 뿌리를 찾았다는 데 의미를 뒀다. 또, 한국에서 평생 살아갈 운명인 센에겐 '종의 유무'가 필요하기도 했다. 여긴 '타이틀'이 중요한 나라잖아.
"우리 ㅇㅇ는 그 엄청 똑똑하다는 푸들이거든요"
"우리 개는요~ 지드래곤이 키운다는 샤페이요"
나도 저렇게 강아지 품종에 얼굴 붉혔던 인간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또 다른 개를 입양할 기회가 생긴다면 품종에 연연하지 않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올 생각이다. 작은 생명이 견뎌낸 아픔을 치유하면서, 반려견 문화도 바꿀 기회다.(미국에서는 보호소에서 입양한 강아지들을 자주 만났다)
아래 끔찍한 사실을 알고 나면 강아지 품종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뀔 거다.
(출처: 100 Years of Breed “Improvement”)
다리가 짧아 귀여움을 눈길을 끄는 닥스훈트는 디스크 발생 위험이 큰 종이 됐다. 과거에는 걷고, 뛰고 활동하는 데 건강한 체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겁나는 이 불도그는 개량되면서 스스로 교미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지나치게 짧아진 코는 더운 날씨에 체온조절이 어렵다.
동물권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0년 후엔 좀 달라지길, 내 손자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며 떼쓸 날에는 완전히 변하길 기대한다.
센과 12년 함께 살다보니 알겠다. 동물은 인형이 아니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행복해지길 원한다. 생명이 품는 가치는 품종에 따라 다르지 않더라.
센. 이노무 귀여운 자식!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면 '찬양글'을 두번씩이나 올리겠나. 귀요미 자식! 혓바닥은 좀 안으로 집어넣고 다녀. (1탄 <개이름? 사랑하는 만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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