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나의 2024년 새해 목표는 바로 식사 시간엔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서 전자 제품 사용하지 않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거실의 커피 테이블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며 식사를 했었기에 밥을 무척이나 빨리 먹었었고, 구부정한 자세 때문인지 늘 소화불량과더부룩함을 달고 살았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매끼 식사는 식탁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스마트 와치, 또는 텔레비전 없이 식사를 하기로 했고, 그 이후론 이런 소화기계 증상들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식사 내내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대화의 주제는 천차만별이다. 밤새 잠은 어떻게 잤는지, 어떤 꿈을 꿨는지, 하루 동안 할 일과 어떤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요즘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신랑의 학교 생활과 올해 2월부터 시작한 나의 달리기 트레이닝, 화장실과 부엌의 리모델링에 관한 것이다. 처음엔 식사 중에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당장 확인하고 싶어서 초조한 마음도 들었었는데, 지금은 우리 둘 다 그러려니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까? 우리 부부는 각자 자신의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제는 신랑의 요청으로 오랜만에 김밥을 만들었다. 올해 2월부터 나는 간헐적으로 페스카테리안(Pescatarian; 해산물 채식주의자, 육식을 하지 않고 생선과 해산물, 채식을 하는 것)을 하고 있어서 햄이나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잡곡밥에 야채를 듬뿍 넣어 만들었다.김밥에 닭가슴살을 따로 구워 함께 곁들였던 신랑은 식사 내내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한국의 영어 학원에서 일할 때 학원 옆에 노부부가 운영하던 작은 분식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불고기 덮밥과 잡채 덮밥, 김밥을 자주 사 먹었다는 신랑은 그 노부부가 얼마나 친절했었는지, 또 얼마나 인심이 좋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그리워했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소풍을 갈 때면 김밥을 싸가는 것이 한국에선 일종의 '전통'이라 소풍을 가면 친구들과 김밥을 나누어 먹곤 했었는데, 재료는 비슷한데도 집집마다 맛은 다 달랐다는 어쩌면 당연하고도 실없는 소리를 하며 추억을 회상했다. 그런 실없는 소리에도 신랑이 웃어 줬으니... 괜찮다 :) 전자제품이 없는, 오롯이 둘이서 대화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우리의 식사 시간,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