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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May 09. 2024

욕실 리모델링만 3개월째


   미국에서 집을 수리해야 하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경우에 업체를 부르기보단, 대부분 재료를 사서 직접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와 계약을 하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인건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면서 욕실과 부엌은 꼭 리모델링을 하자고 신랑과 다짐을 했었다. 70년대에 지어진, 그러니까 50년이 넘은 집이라 부엌의 캐비닛과 욕실의 욕조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간 바쁘기도 했고 이래저래 미루다 보니 4년이란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올해는 꼭 두 가지를  해결하자고 연초에 계획을 세웠고 지난 2월 말, 신랑의 봄 방학에 맞춰 드디어 욕실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캐비닛과 싱크대, 바닥을 뜯어내고 도자기인지, 세라믹인지 모를 욕조를 깨부수었다. 그 후, 벽을 제거하고 전선을 추가로 연결해 콘센트를 하나 더 추가했고 바닥 아래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을 교체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나열한 일련의 과정을 하는 데만 신랑의 봄방학, 일주일이 전부 가버린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욕실 리모델링을 모두 마무리하는데 1-2주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었다. 엄청나게 큰 욕실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크기의 욕실이고, 뭐가 그렇게 복잡하겠나 싶었는데... 웬걸... 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부품이나 파이프 같은 게 많아서 알맞은 부품을 찾는데만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신랑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서 주중에는 아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계속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신랑과 시아버지의 성격. 특급 A 타인인 두 사람은 매우 꼼꼼한 성격이라 일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매우'라는 단어보단 '지독한'이란 단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지독하게 꼼꼼한 성격 탓에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욕실 리모델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신랑아... 우리 일주일 뒤에 부엌 리모델링 시작해야 해... 그러니까... 조금만 서둘러 주면 안 되겠니?


    그나저나... 작은 욕실 리모델링에 3개월 이상 걸릴 거면 부엌은 도대체 얼마나 걸릴까...


망치질하시는 시아버지. 욕조가 얼마나 단단한지, 온 집안이 흔들릴 정도로 망치질을 해야 했다. 그리고... 레트로 감성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녹색 욕조와 희한한 꽃문양 벽지
3개월 후...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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