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넘어 혹독하기까지 한 눈의 왕국 몬트리올! 그러나 반전이 있었으니
눈의 왕국 퀘벡, 그중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몬트리올에서 겨울만 되면 늘 미디어를 타는 집이 하나 있으니
오늘 이야기는 그 집에 관한 소개로 시작하려 한다.
집주인은 Sami Hajjar라는 사람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십 만개가 넘는 전구와 장식은 물론 RGB LED 전구와 스폿라잇등을 이용해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장식용 'inflatables'을 해마다 바꾸거나 보완해 이 집을 구경온 사람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톡톡히 선사하고 있다.
그 밖에도 겨울만 되면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몬트리올은 우리 집처럼 실내주차장이 있는 집은 괜찮지만, 실외에 주차한 경우엔 한 번 차를 빼려면 삽으로 눈을 걷어내야만 한다.
해서 학교에 등교를 하거나 시켜야 하는 사람들,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예상 출발시간보다 훨씬 일찍 밖으로 나가 집 앞의 눈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숙명을 갖고 있다.
폭설이 일상인 이곳에서 이래저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다들 묵묵히 이 말을 기억하는 듯싶다는 게 내 생각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래서 어떻게 즐기냐고?
주로는 겨울 스포츠를 활발하게 활용하는데, 겨울 스포츠에 별 관심 없는 남편과 나 역시 이런 혹독한 겨울의 몬트리올에게 감사함을 느낄 기회가 있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바로 다름 아닌 '코로나 시국'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모임이 금지되고, 통행금지 시간까지 생기다 보니 집에만 갇혀있기 답답했던 우리는 드디어 탈출구를 마련했는데, 그건 바로 집 근처에 있는 숲을 산책하자는 거였다.
물론 그 숲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때때로 우린 호수를 비롯해 그 숲을 산책하곤 했었는데 겨울엔 숲이 있다는 것도 잊고 살았던 우리 눈앞에 그 숲이 어느 날 들어온 거다.
"그래! 사람들 발길 뜸한 그곳을 걷자!"
이렇게 맘을 합친 우리는 숲을 발견한 그날 이후 매일매일 산책하기 시작했다.
겨울만 되면 춥다고 집안에서 뒹굴거리거나 겨우 수영만 하러 다니던 우리였는데, 스타킹에 목도리에 모자에 두 겹 삼겹 만반의 준비를 하곤 밖으로 나간 거다.
첫날은 좀 힘들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추위도 덜 느끼게 됐고,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곳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한없는 평화가 느껴졌다. 때로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햇살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맑고 청량한 공기에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왜 우린 여직 이런 걸 몰랐던 걸까?"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그건 잠시 잠깐이었다. 지금부터 즐기면 되는 거지 뭐! 란 생각이 금세 그 자릴 메꿨다.
그렇게 우린 점점 몬트리올의 겨울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린 춥든, 덥든 하루하루 산책이 생활화됐다.
그 결과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고 믿는 건 물론 실제로도 훨씬 역동적이 되었고, 지금까지 그런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지겨움과 두려움이 감사의 순간으로 바뀐 대단한 반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