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Dec 15. 2024

세 번째 회귀 25- 대참사 D-2 & 1

“당신에게 좀 충격적인 얘기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

“내일모레 성주대교에서 대형 사고가 터져!”

“대형사고? 다리라도 무너진다는 거야?”

“응.”     


연주가 놀란 표정과 함께 외쳤다.     


“뭐?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다쳐. 특히 학생들이 많이 희생되지.”

“어떡해? 당신이 막을 수 없는 거야?”     


연주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남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애썼는데 잘 안 됐어!

흥식이 형이랑 정완수한테까지 부탁했고, 아버지한테도 또 부탁을 해봤지만.”

“당신은 지난 생에서 그 사고를 뉴스 상으로 봤고 경험했을 거잖아. 그렇지?”

“응. 세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일부는 기억하고 있어.”     


연주가 긴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말이야. 기억나는 걸 최대한 이용해서 내일모레 당신이 희생을 최소화하는 건 어떨까?”

“응? 최소화하라고? 그게 무슨...”

“사고가 일어나는 시간은 알아?”

“응. 학생들 등교하는 시간이었으니까 대략 7시 반 정도?”

“그래. 그럼 시간은 알았고, 혹시 사고 난 차량이나 차에 탔던 사람들 중에 뭔가 특별한 거 없었어?”

“으음...”     


기남은 기억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갑자기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 사고 현장에 사고당한 사람들을 돕던 경찰들이 있었다는.

그는 찬찬히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기억의 파편들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갔다.     


“맞아! 그날이 경찰의 날이었어! 그래서 표창을 받으러 가는 의경들이 승합차에 타고 있었고, 그 차도 추락했지만 다들 차에서 빠져나와 강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냈지.”

“어 그래? 잘됐다! 일단 당신은 내일모레 성주대교 근처에 있다 경찰들을 태운 차가 보이면 그 차를 따라가면 되겠다.”

“그래. 그게 좋겠어! 경찰 태운 차는 흥식이 형 통해서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그래. 그 차가 한강에 빠지니까 조금 뒤떨어져서 그 차 뒤에 있는 차들이 따라갈 수 없게 하면 될 거 같은데.”

“맞아! 그게 최선이겠다! 그런데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교 위에서... 그렇지! 사고가 난 것처럼 깜빡이를 켜고”

“많이 위험할 거 같은데 그것도 흥식이 형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     


기남은 연주에게 말한 건 정말 잘한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말이지만 그녀 말대로 많은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니까.     


‘이제 흥식이 형을 설득하려면 형한테도 어쩔 수 없이 내 정체를 말해야겠군!

형도 좋은 아이디어를 말해 줄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형이 내 말을 믿게 하려면 어쩔 수 없어 그 수밖엔!’     

기남은 당장 박흥식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나 지금 급한 사건으로 밤새울 처진데 뭐냐?>

<형! 이것도 정말 무지 위급한 상황이야!>

<또 성주대교 사고 말하는 거야?>

<응. 미안하지만 나 당장 형 만나야 돼. 내가 거기로 갈게.>

<알았어. 일단 와서 얘기하자.>     


전화를 끊자마자 기남은 박흥식이 있는 검찰청으로 달려갔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기남을 보자 박흥식이 씩 웃으며 다가왔다.     


“너란 녀석은 보면 그냥 좋단 말이지! 우리 혹시 전생에 신랑, 각시 아니었을까?”

“형! 미안하지만 지금 그런 농담할 기분이 아니야.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니까.

당장 내일모레 성주대교에서 큰 사고가 날 거니까.”

“그래서 내가 애를 써보긴 했는데 결론적으론 펜치 먹었잖아!”     


기남이 박흥식의 손을 이끌고 근처 벤치로 가서 앉았다.     


“형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기남은 심호흡한 뒤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     


기남의 이야기를 다 들은 박흥식의 눈은 여전히 놀라움으로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미안하지만 내 얘기부터 좀 하자!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사형을 당했단 거야? 그것도 살인으로?”
 “응.”

“그걸 막은 게 너고?”

“응.”     


깊은 생각에 잠긴 박흥식이 긴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상했어, 너란 인간!

그때 너가 거기 온 그날, 미친 듯 날뛰던 내가 정신 차린 것도 알고 보니 다...

맞다! 그날 내가 결국 사고를 쳤단 얘기네. 말 된다!”

“...”

“그냥 말이 아니라 넌 정말 내 생명의 은인, 아니지! 우리 가족 모두의 은인이 맞았네!

내 목숨을 살려냈고, 불행하게 살 뻔한 어머니와 동생까지, 더 나아가 내 아이들과 아내까지 너 없었으면 다 그냥 사라질 사막의 신기루 같은 거였을 거잖아!”

“형! 내가 형한테 진실을 다 말한 이유는 단 하나야! 내일모레 사고가 워낙 위중하니 형 도움을 받아야 할 게 있어서. 다른 건 다 관둬도 내일모레 경찰의 날 표창받을 의경들 차량에 대한 정보 좀 알려줘.”     


생각에 빠져 있던 박흥식이 고개를 들며 놀란 듯 외쳤다.     


“그건 또 왜?”

“내 기억에 그 사고 현장에 의경들이 탄 차량도 있었어.

그날이 경찰의 날이라 표창받으러 가던 길에 그들도 사고를 당했거든.

불행히도 사고 난 상부 트러스 바로 위에 있다 추락을 했는데 다행스럽게 의경들은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다 차량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을 구조했어.”

“그래? 그것까지 기억이 다 난 거야?”

“응.”

“와 정말 믿기 어렵지만 대단하다! 그걸 기억한 너도 대단하고 암튼 할 말이 없다!”

“그 사고로 무려 3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게 돼.”

“뭐? 30명? 도대체 차가 몇 대가 빠진 거야?”

“처음엔 승합차 1대에 승용차 2대가 트러스와 함께 추락했는데, 곧이어 붕괴 지점에 걸쳐 있던 승용차 2대가 물속에 빠져.

그리고 마지막으로 뒷바퀴가 붕괴 지점에 걸쳐 있던 버스가 거꾸로 추락해서 등굣길 학생들이 많이 희생되지.”

“아! 정말 대참사구나!”     


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숙연해졌다.

먼저 입을 뗀 건 박흥식이었다.     


“그래서 네 계획은 뭔데?”

“안 하려다 답답한 심정에 연주한테 말을 했는데 연주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놨어.”

“어떤?”

“내가 의경들이 탄 차를 따라가면서 뒤따라오는 차를 막으라는 거야. 

그러려면 형이 그 의경들을 태운 승합차 정보를 내게 알려줘야 해.”     


박흥식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을 이었다.     


“그건 가능할 거 같아. 그리고 너가 차를 막는다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내가 다른 방도를 모색해 봐야겠다.”

“그래 주면 고맙긴 한데 다른 방법이 있을까?”

“고맙긴 녀석! 너가 나한테 해 준 거에 비하면”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말지.”

“어떻게 안 할 수 있겠냐? 말 그대로 생명의 은인인데.”

“...”

“걱정하지 마. 이제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 다치게 안 할 테니까. 

그리고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만 일단 버스 추락은 꼭 막도록 할게!”

“고마워 형!”

“너나 그런 말 그만해라!”     


둘은 헤어졌고, 기남은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박흥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남아! 그 승합차 어떤 차종이고 몇 명이 타고 갈지 다 알아냈어.>

<잘됐네!>

<그런데 너 성주대교 어느 지점 트러스가 붕괴되는지 기억해?>

<정확지는 않지만 중간 부분인 걸로 기억해.>     


박흥식이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하~ 넌 빠지고 내가 그 승합차 운전자한테 말할 거야.>
 <뭐라고?>
 <속도를 좀 내서 버스가 좀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라고.

만약 버스가 속도를 안 내면 클락숀을 사용해서라도 일단 그 트러스를 안전하게 빠져나가게 해야지.>

<가능할까?>

<근데 한 가지 문제는 만약 버스가 너무 빨리 달리면 그 뒤를 달리던 다른 차가 또 빠질 수 있겠지.>

<그럼 어떡해야 할까?>
 <어쩔 수 없을 거 같다.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밖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을까?>    


기남이 길게 탄식했다.     


<휴~ 형! 그럼 난 그 뒤를 따르다 경찰 승합차가 지나가고 다른 버스가 오지 못하게>

<아니! 너가 할 게 아니라 경찰 승합차 보내고 다른 경찰차도 보내려고.>

<가능하겠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내 말 들으라고 겁박해야지 별 수 있겠냐?>     


박흥식이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을 했다.

그리고 바로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근데 문제는 말이야. 이렇게 난리를 떨어대고 실제로 사고가 나면 그 후를 어찌 감당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거지!>     


그것까진 기남도 생각해 보지 못한 거였다.

실제 벌어질 일만 생각하느라 그 후의 일까진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는 걸 기남은 깨달았다.     


<잘한 건 잘한 거고, 위에서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올 게 뻔한데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 일단 이건 불행을 막으려는 노력이니까 형이 감당해야 할 징계 그런 거랑은 무관할 테고...>

<그래서 생각해 놓은 게 있어!>

<어?>

<할 수 없지 뭐. 아버지를 파는 수밖에.>

<아버지?>

<응.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셔서 말씀해 주셨다고 해야지 뭐.

큰 사고가 일어날 테니 대비하라고 하셨다고.>

<...>

<내가 아는 동생이 몇 번 생을 반복해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순 없는 거잖아? 하하!>     


박흥식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