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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Apr 01. 2018

아슬아슬 연명하는 튤립

귀농아낙의 꽃밭이야기

6년 전인가 지인으로부터 튤립 모종을 선물로 받았다.

'이 산골에 튤립을 심다니...'

생각할수록 마음이 벌렁거렸다.

튤립하면 세 가지가 떠오른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출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네덜란드와 풍차그리고 모네가 그린 '네덜란드의 튤립 꽃밭'이라는 작품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오색찬연한 튤립평원을 떠올리며 나도 튤립을 심기 시작했다.

저녁에도 이 녀석들 커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꽃밭의 작은 전등이 있는 주위에 주로 심었다.

상사화랑 친구하라고 상사화 옆에 집을 마련해 주었다.

상사화싹

또 겹꽃삼잎국화나 보라색 벌개미취꽃처럼 땅 아래서 시키지 않아도 거미줄처럼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서너군대로 나누어 신바람나게 심었다.

물론 심는 해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는 정도는 알았던 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내년이 언제 오려나. 내년이면 이 꽃밭에 튤립이 멋지게 필거야.'라며 입방정을 떨었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리던 내년이 왔지만 꽃은 달랑 한 송이만 피었다.

몰살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나머지 애들은 어찌 된일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한 생명이라도 건진 게 어딘가 하고 안도했다.

그 다음 해에도 하나, 그 다음 해에는 두 송이 피었다.

하필 허구많은 장소 중에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위협하는

해당화 옆에 피어 내 마음을 쓰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땅 아래로 알뿌리가 번식해서 새끼를 치기는 커녕

심은 것의 대부분이 목숨줄을 놓은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세상사 어찌 그 이유를 다 알까?

(작년의  튤립모습)


가뭄 중에는 밭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움직여 물을 길어다가 주었고,

장마철에는 물길이 튤립 옆으로 나는 바람에 휩쓸려 가지  않나 조바심을 내며 지켜보았다.

그런데 왜 그들은 죽었을까.

해마다 궁금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도 산중 날씨가 너무 춥기 때문에

적응을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한다.

따뜻한 날씨에서 잘 자라는 습성이 있는 튤립이니

해발높은 산중에서는 기를 펴고 살 수가 없었던 것같다.

이런 쌈빡한 터득이

왜 이제서야 생각났는지...

진작에 알았더라면 겨울에도 덤불로 이불인양 덮어주었을 것을...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았으니 겨울이 되기 전에

덤불 등으로 덮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이유를 알았다며 위안을 삼는 중에 지인으로부터

튤립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튤립에 영양분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고...


'그렇구나'

꽃을 보고 환장할줄만 알았지

그에게 응분의 먹이를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날씨탓만 했었는데 '내 낫이구나' 싶었다.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녀석들에게 친환경 퇴비를

듬뿍 주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여튼 한두 송이라도 연명을 해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 해들이 이어졌다.

올해도 상사화싹을 선두로 하나둘씩 꽃밭에도 겨울문을 열고 나오는 녀석들이 늘어 났다.

거기에 튤립싹도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덤불을 정리해 끌어다 주어 가까이에 풀이 얼씬도 못하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햇살을 가득 받고 싱글싱글거리며 앉아 있다.

이제 얼마 후면 빨간 튤립이 필 것이다.

그것이 한 송이든 두 송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튤립 어린 싹 주위에

흙두둑을 덮어주었다.

당신의 영혼은 추위에 떨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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