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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May 13. 2017

풍경이 삶을 이끌고 갈 때

귀농아낙에게 위로가 되는 것들...

풍경이 삶을 이끌고 갈 때가 있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찬란하고, 뭉클하게 한다.

풍경은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 없이 제 할 일을 하는데 유독 인간만이 풍경에 녹아들고 결국은 그를 따라 하루의 삶이 끌려가기도 한다.     

풍경은 몸짓으로 내게 말하고, 나는 그것에 고개 숙여 답할 줄 알아야 하지만 벙어리가 될 때가 많다.

그 놈의 언어의 한계로...


귀농하고 오두막 살이를 8년 동안하고 새로 집을 지을 때, 데크를 크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설계 단계에서 내가 요리조리 집설계에 관여할 줄 알았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 놀랐다고 우리집 남자는 두고두고 말했다.   


귀농 전이야 자세한 주문을 했겠지만 난 아이들 정서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다보니 집에 신경쓸 에너지 방전으로 많은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귀농하고는 '내가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제일 중한가'를 늘 내게 묻곤 한다.

그게 귀농 전과 비교해 수확이라면 큰 수확이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설계 단계에서 부탁한 것이 달랑 세 가지였지 싶다.

그 중 하나가 데크다.    

산골은 주위가 다 흙이라 비가 오면 다니기도 불편하고, 어둔 밤에 잠시 어슬렁거리고 싶을 때 뱀 손님(?)도 조심스럽기도 하고, 데크에서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음주가무 등도 즐기고 등의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곳은 독가촌이라서 집에서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도 이웃에 방해되는 일이 없다. ^^

    

집지을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 평수를 줄이더라도 데크 평수를 크게 하자고 할 정도였다.

결국 남편은 데크의 평수를 크게 해주었다.    

(평소에 대기중인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돌들...표정이 참 이쁘다.)

그 데크 난간 위에 늘 돌들이 상전처럼 올려져 있다.

손님들이 묻는다.

‘뭐에 쓰는 물건이냐’고...     


이불이나 매트, 큰 작업복, 행주 등을 널면 산골에 바람이 드세기 때문에 불편했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데크 밑으로 내려다 주워 올리기 바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돌이다.     

이렇듯 올려두면 데크 난간 밖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다.

(청춘인 딸이 서울에서 산골로 오는 날에는 그의 이불이 내걸린다.)

산골에 온 지인이 이 모습을 보더니 이런 용도로 쓰이는 게 있는데 그것도 몰랐냐며 플라스틱으로 된 대형 이불집게를 사준단다.

고맙지만 난 손사래를 쳤다.     

이 아름다운 자연소재가 있는데 왜 플라스틱 집게를 사용하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또 플라스틱은 강렬한 햇살에 오래 견디지도 못하고 몇 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물건인데 그것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보잘 것 없는 돌 하나가 이렇듯 큰 쓰임을 완수한다는 사실이 볼수록 설레는 일이다.

하물며 우리 개개인의 잠재력에도 이런 어마어마한 쓰임이 있을 거란 생각이 이 돌들을 보면서 늘 깨닫는다.

나의 잠재력은 나의 무지로 인해 잠만 자다가 생을 종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 풍경을 보면 마음의 구석진 곳에 성냥개비만한 햇살이 번지기 시작한다.    

작은 일에 마음이 따사로워지는 일, 이건 분명 내가 제 정신으로 내 길을 가고 있다는 신호지 싶다.  

그대는 어떤 풍경을 보았을 때, 따사로움이 잉크처럼 마음 곳곳으로 번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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