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아가 본다

두 번째 선택 앞에서, 조용한 결심

by 베이지


잠시의 쉼도 모자란 듯, 다음 날 나는 또다시 병원을 찾았다.

마음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또 하나의 선택이 남아 있었다.
인공수정 2차를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시험관 시술로 넘어가야 할 것인가.

병원은 내게 망설일 틈을 주지 않았다.


이곳은 오로지 '임신'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는 이해했지만
훅훅 들어오는 질문과 결정은 여전히 어퍼컷처럼 마음을 때렸다.


“1차는 원래 성공률이 높지 않으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힘냅시다, 힘!”


평소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나를 격려해 주시는 원장 선생님.
그 밝은 기운에 나도 모르게 씽긋 웃음이 났다.

조심스레 나는 물었다.


“그럼 이번엔 인공수정 2차를 해야 할까요? 시험관을 해야 할까요?”


“그건 본인이 결정해야죠. 급하게 간다고 생각이 들면 천천히 갑시다.”


나는 아마도 원장 선생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런 확신도 없이 병원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다시 2차 인공수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페라마정 10알을 처방받았고, 이번엔 주사 두 개가 추가되었다.
주사가 담긴 보냉 가방을 안고 돌아오는 길, 전쟁터에 나가는 씩씩한 병사처럼 나 자신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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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는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다시 시작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놀랍게도 그 과정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지난 1차 때, 나는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마음 깊이 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지치고, 더 초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았고, 인공수정이라는 이 모든 과정이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천천히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 마음 안에서만 곱씹으며.

그리고 결심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제는 초조해하지 않기로.

천천히 가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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