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법, 버티는 법

임신을 원하는 걸까, 아이를 원하는 걸까?

by 베이지

아쉽게도 이번엔 임신이 되지 않았다.


"생리 시작해서 방문하셔도 되고, 한 달 쉬고 오셔도 괜찮아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그래서인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속상하고 허무한 마음은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았다. 마지막 1%의 희망을 가져본 걸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1차 인공수정 실패? 그게 뭐 대수야?"

마치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렇지만 그들도 알지 않는가. 인공수정은 로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당첨을 기대하는 게 어찌 잘못일까?


난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시험관으로 22번 만에 임신한 산모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저 사람은 얼마나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을까?'


그리고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임신을 원하는 걸까, 아이를 원하는 걸까?


결과를 들은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생리가 시작됐다.

화장실 변기를 내려다보며, 마음 한구석이 스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의 틈도 없이, 선택의 순간이 내 앞에 놓였다. 잔인했다.

다시 2차 인공수정을 하려면 내일 중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한 달을 그냥 흘려보내야 했다.


순간 망설여졌다.

다시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멈출 것인가?

누구 하나 잘못한 상황이 아닌데도 원망하고 싶었다.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은 로또가 아니냐고. 왜 뭐 하나 쉽게 되는 게 없냐고.

울고 싶지도 않았다. 속이 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무기력했다.


지난 2주 동안 몸의 변화들을 느끼며 기대했던 내 모습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나는 임신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이 과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힘들다.


결국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화면 캡처 2025-04-03 154742.jpg


혹시 당신도 나처럼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 함께 조금만 더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숨을 고르며 나를 기다려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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