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까?
임신 초기 내내 나를 괴롭힌 건 다름 아닌 온몸의 간지러움이었다.
“간지러움만 없으면 살겠다”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담당 선생님은 “임신 소양증은 아니고, 아마 프로게스테론(임신을 유지하는 필수 호르몬) 때문일 것 같다”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인공수정을 시도했을 때 질정 치료를 하면서도 똑같이 온몸이 가려워 미칠 것 같았던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이번에도 역시 호르몬 때문이라는 추측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간지러움 때문에 몇 주 동안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다행히 입덧은 심하지 않아 먹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간지러움만큼은 도저히 대처가 되지 않아 괴로웠다.
나는 아직도 내가 임신을 했다는 감각이 없다.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고, 매 순간 유산될까 두려움에 떨었다.
격주로 가는 산부인과 진료는 아기를 보러 가는 설렘이 아니라,
“없어지지 않았겠지?”,
“혹시 잘못된 건 아니겠지?”
라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이 터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분했다.
“아… 잘 있구나.”
그 정도의 안도감뿐이었다.
오죽하면 가족들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난 모성애가 없는 걸까? 다른 엄마들은 심장소리 듣고 눈물도 흘린다는데…”
태명은 ‘오복’.
오복을 다 누리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직은 입에 잘 붙지도 않고, 뱃속의 아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색하다.
그럼에도 마음속으로는 늘 바란다.
‘잘 지내고 있지? 부디 건강하게 자라줘.’
아직은 양가 가족만 알고 있고, 지인들에게는 12주가 지나 안정기에 들어서면 알려줄 생각이다.
요즘 가장 큰 숙제는 태아보험이다.
“12주 전에는 꼭 가입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은 급한데,
보험사도 많고, 보장 항목도 복잡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결혼할 때도 모든 걸 알아서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챙겨야 했다.
임신도 마찬가지다.
그저 아기가 저절로 자라는 줄만 알았는데,
챙기고 준비해야 할 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며 단순하게 살고 싶었던 나의 이상은,
임신과 함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임신 초기의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간지러움에 몸은 지치고, 불안에 마음은 무겁다.
그러면서도 태명 ‘오복’을 부르며 하루하루 버틴다.
아기의 심장이 뛰는 한,
나 역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