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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May 25. 2023

비비하눔 모스크와 영묘 관람

이 거리는 사마르칸트의 인사동 거리

 레기스탄에서 비비하눔까지 이어지는 타슈켄트로드는 깔끔한 기념품샵과 고풍스러운 음식점, 고전적이면서도 잘 정돈되어 있는 거리로 그야말로 한국의 인사동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가로수가 풍성해서 그늘을 많이 만들어주니, 유아차를 밀면서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 중앙아시아에 온 후로 처음으로 고생이 아닌 관광하는 느낌을 받았다. 

레기스탄에서 샤이진다까지 이어지는 길이 타슈켄트로드다.


 타슈켄트로드의 중간에 위치한 비비하눔 모스크 앞에 가니, 널따란 돌난간에 서양에서 온 남자배낭여행자가 잠시 배낭을 놓고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도착한 후로 배낭여행자를 너무 못 본 탓일까. 멀리서 그를 지켜봤지만, 나도 배낭여행자로서 그의 존재가 너무 반가웠다. 저 사람은 러시아어를 할까, 나도 그렇지만 도대체 뭔 깡으로 중앙아시아에 배낭여행 왔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는 그를 지나쳐가던 그때, 머리를 포니테일로 단정히 묶은 현지 여학생이 그 서양 남자 여행객에게 약간은 수줍은 태도로 대뜸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토플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실례가 안 되신다면 영어로 잠깐 대화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는 당찬 여학생의 영어교류에 기꺼이 응했다. 사마르칸트에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많고, 중국 자본으로 지은 공자아카데미도 마주치고, 영어를 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보니, 우즈베키스탄에서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으로 무너진 비비하눔모스크
 비비하눔은 1897년 큰 지진을 겪고 난 후,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어, 무너진 잔재 그대로 보존된 구역도 많아보였다. 히바나 부하라에서 가보았던 모스크는 대부분 널따란 광장만 잔뜩 펼쳐져 있는데, 비비하눔 모스크는 정원에 잔디도 심어져 있고, 큰 나무들도 풍성하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 모스크 치고는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이 복원이 덜 되어 볼 것이 크게 없어서인지, 비비하눔의 영어가이드는 건축에 대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비비하눔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화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내용이 대부분 믿거나 말거나였다. 가이드의 설명이 길어도, 비비하눔 모스크 내 심어져 있는 나무들 때문에 주원이는 유아차에 앉아 보채지 않고 평화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비하눔 모스크 앞에서

지하에 있어 시원했던 비비하눔영묘

 비비하눔 모스크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비비하눔의 맞은편의 비비하눔영묘로 갔다. 비비하눔의 영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좁다란 지하로 내려가서 관람하는 구조였다. 지하에는 비비하눔과 그의 식구들 묘가 있었는데, 땅에 매장하는 식인 한국묘와 달리, 비비하눔과 식구들이 한사람씩 나무관에 들어있고, 그 나무관을 카펫으로 덮은 구조였다. 지대가 건조해서 그런지 굳이 땅에 매장을 하지 않아도, 부패가 안 되기 때문에 관 채로 보관하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지하라서 너무나도 시원했다. 이미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관을 마주 보고 허접한 나무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곳이 무덤인지, 피서지인지... 더위에 지친 우리도 관광객들의 옆에 앉아 영묘 지하에서 붉어진 우리의 볼이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앉았다가 나왔다. 

지하에 있어 시원한 비비하눔영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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