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시 - 신미영

by 신미영 sopia


용암동 성당 입구

6월 장마에 전봇대 타고 올라가

선홍빛 꽃 피우는 능소화

세상 밖으로 머리채 늘어트리고 있다


자태 고운 여인 같은 꽃

비 오고 난 뒤 더욱 맑은 꽃

축축한 흐린 풍경을 밀어 내고

비에 씻기면서도 선연한 능소화


낭창낭창 늘어진 덩굴손마다

십 수 개씩 달린 꽃들이

일제히 타오르는 것을 보면

마치 간절히 기도 하는 듯하다.


잃은 양을 기다리는 목자처럼

들어오고 나가는 문에 서서

눅눅한 세상 밝히고 모퉁이 돌 때마다

삶에 지친 발걸음 잠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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