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동 성당 입구
6월 장마에 전봇대 타고 올라가
선홍빛 꽃 피우는 능소화
세상 밖으로 머리채 늘어트리고 있다
자태 고운 여인 같은 꽃
비 오고 난 뒤 더욱 맑은 꽃
축축한 흐린 풍경을 밀어 내고
비에 씻기면서도 선연한 능소화
낭창낭창 늘어진 덩굴손마다
십 수 개씩 달린 꽃들이
일제히 타오르는 것을 보면
마치 간절히 기도 하는 듯하다.
잃은 양을 기다리는 목자처럼
들어오고 나가는 문에 서서
눅눅한 세상 밝히고 모퉁이 돌 때마다
삶에 지친 발걸음 잠시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