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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커피 향 닮은 언니

후배의 기고 글 / 사진 출처- daum

by 신미영 sopia

사랑스러운 후배 나연이


< 커피 향을 닮은 언니 > 글은 후배가 쓴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언니는 저입니다. 나연이는 십여 년 전에 시립 정보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같이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 독서 동아리가 두 개의 이름으로 운영이 되었는데 나연이와 반은 달랐습니다. 온라인 카페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할 때 자체에서 운영하던 카페에 글을 올리게 되면서 친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럴 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저랑 나이 차이가 꽤 났는데도 후배와 잘 어울려서 지냈답니다. 제가 여자 형제가 없어서 나연이를 더 좋아했나 봅니다.


나연이는 책도 많이 읽고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논술 교사를 하고 있던 저의 권유로 교사 일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 출근을 하면서 시간을 함께 했던 후배입니다. 서로의 생일도 챙겨 주고 집에도 놀러 올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었답니다. 가끔은 나연이 가족과 함께 식사도 했고 같이 산에도 다녔습니다. 후에 나연이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어느 센터 커피숖에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그곳에 놀러 가서 커피를 마시며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그때 바쁘긴 했어도 되돌아보니 나름 알차고 즐겁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나연이가 몇 년 전에 어느 계간지에 이런 내용의 글을 싣겠다고 했어요. 후배가 저를 신앙의 등불로 생각하고 가까이하고 싶은 커피 향 같은 언니로 기억하고 있는 게 정말 고마웠습니다.


가을 계절과 잘 어울리는 커피에는 주로 단맛, 신맛, 쓴맛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죠? 적절히 조화롭게 될 때 맛있는 커피가 된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실 때 나연이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이 생각나고 "언니, 언니"하며 상냥하게 잘 따랐던 모습에 가끔 보고 싶어 집니다. 한동안 나연이와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말입니다. 예전처럼 허물없이 만나 맛있는 빵과 깊은 풍미가 있는 아메리카노와 달콤 쌉싸름한 아포카토를 놓고 실컷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점점 가을이 깊어지고 있네요. 커피를 마실 때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거든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은 과연 어떤 향기로 기억될까요? 그리고 나는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커피 향을 닮은 언니


산책하기 좋은 어느 날, 나의 커피 취향을 존중해주고 새로운 커피를 함께 즐겨주는 멋진 언니를 만났다. 10월의 햇살처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따뜻함과 넉넉함을 가진 언니, 언니의 데이트 신청으로 김수녕 양궁장! 산책로를 걷고 간식을 나눠 먹었다.


사과와 고구마, 내려간 커피를 마시며 소풍 나온 어린아이가 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용암동 성당에 둘러보자고 하여 성당으로 들어갔다. 말없이 함께 기도하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행복한데도 늘 뭔가 잃어버린 느낌으로 지낸 건 긴 시간 냉담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함께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따뜻한 경험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가짐과 눈빛이 어떤가를 항심으로 보여주는 나의 소중한 언니,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영혼이 온전히 충만해지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선물 같은 존재다. 내가 넘어질 때마다 항상 내편이 되어 함께 마음 아파해주고 기도를 해 줄 때 깊은 위안을 받는다. 신앙이 이런 모습이라면 기도로도 누군가의 가슴을 절절히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언니를 만나기 전, 난 종교에 대한 회의와 냉소뿐이었다. 내가 받은 따뜻한 위로와 기도는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한 끈이 된 것 같다. 이 한 끈으로 새로운 세계와 접속하게 되는 놀라운 기적이 연속으로 일어나게 된 건 아닐까? 나에게 신앙의 힘이란 간절함을 담은 기도며 우리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가를 매번 잊지 않도록 해 주는 든든함이다.


언니는 한 번도 내게 주님을 믿고 의지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소외된 자를 위한 진실한 기도와 신앙인의 품격은 나를 다시 신앙의 길로 인도해준 등불이 되었다. 작고 여린 나, 나도 누군가에게 기도와 따뜻함을 주는 선물 같은 존재이고 싶다. 햇살 눈부신 아침, 커피 코나처럼 고혹적인 언니와 거품 가득한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다.


https://youtu.be/yqlkhHjRwnc

커피 향 같은 사람 /이효녕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어

향긋한 커피 향기로 바람처럼 날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날이 있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구름 위에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다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

예쁜 그림이 새겨진 커피 잔에 부어

탁자 위에 놓으면

하얀 김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공중으로 오르는 커피 향기

따끈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하얀 김으로 만든 그네를 타고 오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날이 있다

스쳐 지나는

단 한순간도 나의 것이 아니고

내 만나는 어떤 사람도

나는 알지 못하더라도

커피를 마시면

공연이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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