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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an 21. 2022

영화 리뷰  - 《 기적 》

2021년 9월/ 감독 이장훈 / 117분

※  영화 스포 주의


누구나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일까? 영화 <기적>의 제목으로 여러 편의 영화가 있다. 다음에서 검색되는 것이 대충 7편 정도 된다. 이장훈 감독의 영화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배경은 1988년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학생 준경과 마을 사람들이 양원역을 만들던 이야기다. 최초의 민자역이자 가장 작은 역인 양원역은 역명과 대합실, 승강장을 마을 주민들 자체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강원도 정선군에 비슷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는데, 영화 속 인물 내용은 허구라고 전한다. 이영화는 아산에 살고 있는 친구가 추천해 주었다. 도서관 문화교실에서 시를 같이 공부했고 저녁엔 걷기 운동을 했다. 친구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면서 시도 잘 썼다. 함께 하는 시간에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이사 간 지 10여 년이 되었지만 연락하며 지내는 친한 친구로 브런치 구독자이기도 하다.

상을 탄 준경과 교복 입은 누나


준경(김강훈)은 수학경시대회뿐만 아니라 전교는 물론 경상북도에서 일등 하는 천재다. 준경은 보경 누나( 이수경)와 마을 사람들과 가면서 혹시 기차가 달려오는지 때문에 연신 뒤를 본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중에 기차가 달려와 깜짝 놀라 옆으로 피한다. 그렇게 동네 사람들은 위험한 곡예를 하듯 길을 다닌다. 준경이 걸어서 학교 다니는 왕복거리는 5시간이다.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준경(박정민)은 대통령에게 간이역을 요청하며 54번째 편지를 썼다. 우리 마을에는 기찻길만 있고 사람이 다니는 길은 없습니다. 기차역이 없으니 마을에서 나가려면 기찻길을 걸어 승부역으로 가야 합니다. 제일 가까운 승부역까지는 굴을 세 번 지나고 철교를 세 번 지나야 합니다. 선행열차는 시간표가 있어 다행히 피할 수가 있는데 화물열차는 언제 올 지 몰라 굴이나 다리에서 죽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학교 다니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이 좀 더 안전하게 다녔으면 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 마을에도 간이역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1986년 3월 3일 정준경 올림


준경 아버지(이성민)는 기차 기관사로 원칙주의자이며 표정 없고 아들과도 외면한다. 마을 사람들은 양원역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역장에게 부탁해도 안되고 기관사인 준경 아버지도 정해진 대로 운전할 뿐이다. 같은 반 라희(임윤아)는 눈치 빠르게 준경이 천재라는 걸 알아챈다. 라희는 준경이 우편함에 편지를 넣는 걸 보게 된다. 담임교사는 박사과정 친구의 논문을 준경에게 읽어보라고 준다. 도서관에는 더 이상 읽을 책이 없다. 라희가 준경 가방을 뒤져 청와대 편지를 읽는 사이 들키고 만다. 라희는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편지를 본 것에 대해 사과했다. 준경은 사투리를 쓰고 맞춤법도 엉망이다. 그런 준경에게 라희는 편지 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둘은 현장학습을 병행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준경과 라희



준경은 선생님께서 주신 연구논문 자료를 버렸다가 다시 문제를 풀어본다. 선생님은 몇 권의 책을 더 읽어보게 한다. 누나와는 늘 티격태격해도 친하다. 도서관에서 라희와 사진도 찍고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중고서점에서 책도 많이 산다. 누나가 골라준 옷을 입고 준경은 라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둘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장학 퀴즈에 나가기 위해 공부도 같이 한다.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대통령상도 받게 되었다. 라희네 집에 가서 비디오로 영화를 봤다. 멜로 영화를 보던 중에 테이프가 망가져 당황한다. 숙제를 같이 했다고 하고선 저녁도 먹는다. 라희 아버지는 라희가 전학 간다고 준경도 과학고로 전학시켜주고 싶어 하셨다.   


마을에 아이 엄마가 선로에서 떨어져 죽었다. 보경 누나도 선로에서 떨어져 물에 빠져 죽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이사 가려해도 누나와 있을 거라고 가지 않는다. 준경은 누나가 늘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라희는 서울로 전학 가면서 연락하지만 준경은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엄마 죽은 아이가 우산을 쓰고 혼자 있는데 준경은 누나 생각에 울고 만다. 아버지도 편지 보낸 걸 알게 되었다. 청와대에서는 간이역은 세워 주겠지만 예산 때문에 당장은 곤란하다고 했다. 준경은 나라에서 허락한 것이니 동네 어른들과 간이역을 짓기로 했다. 준경은 양원역을 만들기 위해 일을 시작했고 동네 사람들도 동참하였다. 양원역이 드디어 생겼고 마을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 철도인 잡지에서 준경에게 글을 부탁했다.


라희가 케이크를 사서 오고 밥상을 차려왔다. 간이역은 거의 완성돼 기공식만 남았다. 준경에게 잘하면 NASA도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말이 많다고 잘라 말한다. 그 옆에 누나도 함께 한다. 자고 간다는 라희를 데려다주려고 나섰다. 둘은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주변에 반딧불이가 반짝여 장관을 이룬다. 죽은 누나가 옆에서 말하듯 라희 방문도 상상 속에 장면처럼 보인다.  


니는 내 안 보고 싶었나?

왜 연락을 안 했나?

네가 훨훨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꿈이 이루어 질게 아니가.


죽은 누나는 준경에게 말을 건넨다. 이제 준경이 오빠라고 하자 한번 누나는 영원한 누나라고 했다. 준경을 생각해서 언젠가는 떠날 거라고 했다. 기차가 잠깐 서면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는데 그냥 가버린다. 준경 아빠는 규정을 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준경이 잡지에 실린 글을 보고 화가 나서 전화했다. 잡지를 전부 회수하라며 내용이 안 맞다는 것이다. 준경 엄마가 죽은 이유는 열차가 없어 제 때 병원을 못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준경이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누나가 죽은 건 지어낸 이야기 아니라 준경이 얘기했다고 했다. 아버님은 준경이 왜 양원역을 만들려고 했는지 진짜 이유는 모르시는 듯하다고 말한다. 밤에 양원역에 나와 수험표를 날리려고 하자 누나가 나타나 또 도망치는 거냐고 따져 묻는다. 


"누나는 모른다. 내가 내 그렇게 양원역을 만들고 싶었는지 아나? 내 아버지께 칭찬받고 싶었다. 칭찬도 받고 용서도 받고 싶었다. 나를 낳다가 엄마가 죽고 누나가 죽고 했어도 양원역만 만들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아버지가 칭찬해 줄거라 생각했다. 난 단 한순간도 아버지를 미워한 적 없다. 나를 한 번도 안 봐준 얼굴 무서워서 그래서 아버지를 피하게 되었다."


"네 잘못도 아닌데 왜 그걸 아버지한테 용서받으려고 하노. 엄마나 누나가 잘못했는데 왜 네가 잘못이라고 하는데~ 니는 아버지한테 용서받고 싶은 게 아니다. 니는 그냥 두려운 거다. 네가 도전했다가 실패할까 봐 핑계가 필요한 거다."


준경이 담임 선생님


준경 담임선생님이 찾아오셨다. 국가지원으로 전국에서 한 명을 뽑아서 미국도 보내주고 G항공 우주국 NASA에서 연수도 시켜 준다고 했다. 내일 아침 9시 서울에 도착해야 한다. 준경은 보통 아이가 아니라면서 방치하는 건 어른들 잘못이라고 했다. 준경이 간직해 온 꿈을 그냥 보고 계실 거냐는 선생님 설득에 아버지는 준경을 데리러 간다. 늦었다는 준경에게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누나는 수험표를 찾아 주며 도전하라고 응원했다. 양원역에는 기적처럼 기차가 세워져 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자가용으로 시험 치러 서울을 가게 된다. 천재들이 대개 어리숙하다고 했던가? 준경은 승용차에서 등받이가 뉘어지는 것도 잘 모른다. 아버지도 서울이 처음이라서 겨우 찾아간다. 늦어 억지로 들어가 시험을 봤다. 며칠 후에 협회에서 합격통지서가 왔다. 아버지는 시험 때문에 호통을 쳤지만 합격했다고 마을을 뛰어다닌다. 준경에게 술도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와 준경


준경 아버지는 인생에 있어 딱 두 가지 후회한다. 아내가 준경이 낳다 죽을 때 일 때문에 오지 못했던 거다. 진통 시작될 때 바로 왔어도 죽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또 하나는 준경이 상 받는 데 못 간 거다. 아버지 열차 운전 실수로 보경이 사고를 당해서 강으로 추락했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혹시 준경 사랑하는 마음을 들킬까 봐 똑바로 못 봤다고 했다. 준경이도 그렇게 될까 봐 일부러 멀리 했다. 이건 아버지가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용서하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준경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마을 사람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준경은 기차 안에서 누나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내 열심히 하는 거 계속 봐줄 거지? 준경은 공항에서 뮤즈 라희에게 전화한다. 뉴욕 804 항공편 탑승을 알릴 때 라희가 왔다. 입맞춤으로 포옹했다.  


이장훈 감독의 영화 <기적>은 준경의 꿈과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봄날의 수채화 같은 풍경들과 내용도 맑고 순수하다. 시골 소년의 작은 힘이 우리나라 철도역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청와대에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내 승낙을 얻어내고 예산 때문에 미루던 일을 마을 사람들과 합심해서 일궈냈다. 자신을 낳던 날에 죽은 엄마보다 기억 속의 누나와 늘 함께 하며 희망을 가졌던 준경~ 머리는 비상했지만 세상 물정을 몰라서 순박하기만 했던 준경~ 작은 동네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미국 유학과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이는 NASA에 가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자처럼 지켜 주고 응원해 준 누나의 영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경도 말했듯이 세계적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께 칭찬을 듣고자 노력했던 것도 작용했다. 무뚝뚝해서 속내를 몰랐지만 아들에게 용서를 청했다. 고백을 통해 아들에게 다가서려는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이 느껴졌다. 게다가 준경이 유학 길에 오르도록 애써준 사람은 라희의 역할도 컸다. 함께 공부하고 자극을 주고 꿈을 찾아가도록 다독여 주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도움으로 성장하는 것일 게다.

경북 영동선 양원역

우리나라 최초 민자 역사가 양원역은 그 후로 24년 세월이 흘러 2012년 가을 다시 폐역 되었다. 그리고 2013년 봄 '백두대간 협곡열차'란 관광열차가 양원역에 다시 서기 시작했고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가 생겨 보다 자유롭게 세상과 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막으로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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