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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an 31. 2023

영화 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2022년 9월 한국/ 최국희 감독 - 류승룡, 염정아 / 122분

<인생은 아름다워>는 폐암 말기인 아내가 원하는 첫사랑을 찾아다니고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서 대중가요와 춤을 곁들인 뮤지컬 영화이다. 일명 주크박스(동전을 넣고서 단추를 눌러 곡을 지정하면 그 음악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장치) 뮤지컬 영화로 과거 히트한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보호자를 데려 오라는 의사 말에 남편 진봉( 류승룡 배우)과 병원에서 만나기로 한 세연( 염정아 배우)은 택시비가 아까워 버스를 탈 정도로 알뜰하다. 택시 타고 얼른 오라는 남편 성화에도 극장 앞에서 첫 만남을 회상하며 풋풋했던 사랑을 떠올린다. 그러는 사이 진봉은 의사로부터 세연이 폐암 말기로 두 달 살기도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와중에 아들이 시험을 망칠까 봐 수능일을 따져본다. 뒤늦게 도착한 세연에게 진봉은 주변 사람 개의치 않고 폐암이라면서 병원에 왜 안 갔느냐고 푸념을 해댔다. 아픈 아내를 위로하기보다 되려 화내고 갈 만큼 진봉은 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하다. 병원에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 후 세연도 시름이 깊어진다. 사춘기 딸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치마도 짧게 입으며 제멋대로 행동해서 속을 썩인다.

무뚝뚝한 남편 진봉

진봉은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를 일곱 번을 봤지만 매번 낙방하고 이젠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동사무소 주민센터에 근무하면서 화를 많이 내 민원의 80%가 강진봉 욕이다. 그날도 진봉은 노인에게 배우자 사망신고를 안 하고 노령연금과 기초. 장애수당을 타갔다고 푸념하다 욕을 먹었다. 세연은 딸 먹을 간식을 마련하고, 아들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며 엄마의 역할을 다한다. 이어폰을 낀 아들 서진은 엄마 말은 뒷전이고 세연은 억지로 기침을 참는다. 진봉은 퇴근 후 인생이 뭐냐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나요?> 노래를 부른다. 세연은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노래로 조금만 늦춰줄 수 없느냐고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 본다. 노래는 확실히 마음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상황에 맞는 대중가요는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하는데 최고다. 이튿날 미역국을 끓였는데 무슨 날인지 모르는 진봉은 수능 때까지 끓이지 말라고 다. 세연은 아침에 가족들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진봉은 통장카드 보험 이런 것도 다 정리해야 자신이 알 거라며 생각 없이 말하는 눈치 없는 남편이기도 하다. 시간이 아까워 세연은 한숨도 못 잤다. 진봉에게 자신이 죽는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으냐고 따지며 서운해했다.

아내의 암판정을 듣고

세연은 집안일과 마음을 정리하면서 '내 생애 하고 싶은 일'들을 열 가지 정도를 적어본다. 퇴근해 온 진봉에게 모든 게 싫어져서 집을 나갈 거라며 짐을 쌌다. 진봉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한다. 이튿날 진봉의 휴대폰에 샤넬 가방과 모피를 구입한 카드 사용 명세서가 뜬다. 이혼하면 재산의 반은 본인 거라며 억울하고 분해서 다 쓰고 죽을 거라 으름장을 놓았다. 기침하는 모습이 측은해 진봉이 마지못해 자고 했다. 세연은 어제 샀던 명품들을 반품하고 환불받았다. 첫사랑을 찾으러 가는데 나이와 이름밖에 모른다. 고향 목포로 출발하면서 뮤지컬답게 주변 사람들과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었다. 늦는다고 짜증을 부리는 진봉에게 동탄에서 딸 예진이를 가졌을 때를 회상한다. 세연이 회를 먹고 싶다고 했지만 해 먹으라는 농담을 던진 게 서운했었다. 이웃에서 건넨 홍어 삭힌 것을 먹고 진통을 시작했다. 친정엄마 대신 아주머니는 산바라지도 해준다. 서운함을 토로하자 진봉은 저 땅을 사놨어야 했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서운했느냐고 미안하다 하면 풀어질 텐데 그걸 못한다. 예진은 가수 공연볼 욕심에 엄마가 아예 안 왔으면 한다


세연은 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 목포에 왔다. 목포고에 갔으나 토요일이라 쉬는 날이다. 진봉은 애들을 둘씩이나 키우연서 몰랐냐며 정신머리 없다고 나무란다. 당직 교사는 개인정보법으로 남의 정보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는'TV는 사랑을 싣고'프로그램도 안된다. 사진관 하는 동우 아버지 친구분이 부산 조선소를 말해줘 부산으로 갔다. 해운대를 걸으면서 신혼여행 때를 회상해 본다. 둘은 모텔에서 묵기로 하고 진봉은 세연 좋아하는 회도 주문해서 가져간다. 통화로 약 챙겨 먹고 공부 잘하라고 했는데 서진은 지하에서 기타 치고 있었다. 정우가 청주 방송국에 들어갔다고 해서 장롱 면허인 세연은 천천히 운전도 해본다. 군인들이 트럭에 탄 모습을 보고 진봉이 군대에 가게 된 일화를 소개한다.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출 때도 보기 좋았다. 청주까지 갔으나 정우는 그만두고 없었다. 프로그램이 섬과 관련되고 전에 보길도 섬에 살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보길도 배편이 끊겨 모텔에 묵게 되고 세연은 정우를 만나러 가는 이유가 너무 미안해서라고 했다.

고등학생 세연과 정우
대학생 세연
이야기 하나
세연의 첫사랑은 방송반 하던 어느 교회 오빠 정우였다. 정우는 서울말을 쓰며 교내 방송을 했는 데 꿈이 아나운서였다. 독서실을 다니던 세연을 정우가 우산을 씌어주며 집이 반대방향임에도 데려다준다. 별밤 공개방송을 보러 가는 날에 현정이 맹장 수술로 둘이 가게 된다. 정우는 윤선도가 살았다는 보길도 섬에 세연정이라는 정자가 깨끗하고 단정해 세연 같다고 말한다. 시간이 늦어 공개방송은 못 들어가고 덕수궁 돌담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정우는 세연 아플 때 약도 사다 준다. 세연은 정우가 바랑둥이였다는 말을 듣고 유리병의 종이학을 놓치고 만다. 현정이가 정우를 좋아해서 꾸며낸 거짓말이었다. 학원 앞에서 돌아서는 세연에게 정우가 편지를 주었고 그를 찾아갔으나 보름 전에 전학 간 상태였다.

이야기 둘
80년대 초반 세연과 진봉은 데모 현장에서 만났다. 진봉은 대학생으로 데모하며 현장에 있었다. 교보에서 시집을 읽다 무릎을 다친 세연을 업어 구해 준다. 경찰이 데모한 사람들을 붙잡으러 다닐 때 세연이 센스를 발휘해 실연당한 연기를 해서 위기를 모면한다. 진봉은 내일 조조영화를 보자며 데이트 신청을 했다. 둘은 서로 자꾸 보고 싶어 했다. 대학생활은 낭만과 데모가 함께 했던 시기였다. 군대 입소할 때 기다리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화가 난 세연은 백번도 넘게 잤는데 말이 되느냐고 소리를 지른다. 진봉은 하숙집을 했던 세연집에 와서 선보지 말고 나랑 살아달라고 애원했다. 공무원 취직했던 진봉은 세연과 IMF때 결혼하여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갔었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세연

사는 것도 그랬으면 좋겠다.

끝인 줄 알았는데 저 멀리 보길도 하나 떠 있으면 좋겠다


예진은 좋아하는 가수 공연장에 갔는데 오빠 서진이가 기타 치며 노래 부르다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약을 의사에게 보이면서 엄마가 항암 중이라는 걸 알게 된다. 둘은 엄마와 통화하며 울었고 가족의 추억을 되짚어 본다. 보길도에서 정우의 여동생을 만나게 되고 정우가 방송국 그만두고 여기서 지내다 낚싯배가 뒤집혀서 죽었다고 했다. 정우가 좋아해서 간직한 사진과 편지의 주인공은 현정이었다. 진봉은 안도의 웃음을 터트렸고 세연은 들떠서 여기까지 온 게 한심했다. 아픈 세연은 등에 업혀 미안하다고 했다. 진봉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방법이 없을까 봐 무서워서 못 물어봐 미안하다고 했다. 세연은 핑크색 재킷을 입고 독사진을 찍었다. 돌아온 세연은 아이들을 껴안았고 진봉도 동사무소에 복귀했다. 노인이 사망신고를 안 했던 이유는 죽음을 종이 한 장으로 끝내야 하는 아픔이었다는 걸 진봉도 세연의 사망신고서를 들고서야 깨닫게 된다.

정우집에 간 세연과 진봉

진봉은 세연을 위해 지인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다. 드레스를 입은 세연 앞에 현정도 왔다. 세연이 아프지만 덜 아플 때 친구와 친척을 모시고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진봉은 나랑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세연은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어 좋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 기쁘다고 했다. 세연에게 강진봉이 첫사랑이었다.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다가 오라고 했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 줘서 <다행이다>'노래를 같이 부른다. 아들 서진도 기타 치며 신나게 노래와 춤을 추었다. 진봉은 빨간 장미 꽃다발을 세연에게 주었다. 결국 세연은 하늘나라로 갔고 집안의 일들을 맡아서 하느라 진봉이 정신없이 분주하다. 화장실 휴지가 떨어져도 갖다 달랄 사람이 없다. 진봉은 세연 사진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잘 갔느냐고 물어본다. 세연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진봉이 도움을 준 덕분이었다. 영화 시작할 때 세연이 가봤던 서울극장 앞에서 진봉은 바람처럼 나타난 세연과 노래를 부르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서울극장 앞에서

폐암 말기에 설렘 가득한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니 어쩜 현실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죽음이 두 달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판정에 대부분은 못 견뎌할 것이다. 너무 고통스러워 감당하기 힘들고 절망하여 누굴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더구나 첫사랑을 찾아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결혼해서 잘살고 있을지 모르는 첫사랑을 찾는다면 황당할 것이다. 원래 첫사랑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환자 주인공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꿈을 이뤄가며 적극적으로 살도록 했다. 비슷한 영화 중에 2017년 로브 라니너의 <버킷리스트> 작품이 있다.

(맨 아래 링크 참고) 첫사랑의 설렘과 자신이 살아왔던 순간순간들을 추억하며 행복에 젖도록 했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꿈을 갖는 건 좋다. 희망을 갖기 때문에 고통도 잊을 것이다. 힘들지만 행복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도록 한 것은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둘었다. 그래서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아름답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유승룡, 염정아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는 영화"라고 감독은 전한다. 익숙한 대중음악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우리들의 이야기'에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평이다. 류승룡은 진봉의 캐릭터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다. 중간중간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말투가 읍소를 자아 내기도 했고 노래도 아주 잘 불렀다. 염정아도 역시 뮤지컬 배우답게 연기와 춤과 노래 다 잘 어울리고 좋았다. 영화는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경쾌했다. 곧 다가올 죽음이지만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생에 대한 가치를 찾는 주인공 세연. 영화는 우리가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과 평범한 삶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다. 영화 내용과 뮤지컬이 적절하게 배합이 되어 좋았다. 뮤지컬에만 치우쳤다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산만해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적당히 잘 버무려지고 노래도 내용과 잘 맞고 배우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보기 편안했다. 뮤지컬은 대사로만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몰입감 있고 공감도 잘 된다는 점이다. 옛 추억에 젖고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https://youtube.com/shorts/mxRE-nDmuWA?feature=share


https://brunch.co.kr/@sopia135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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