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는 송해성 감독이 공지영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은 멜로보다는 가족적인 휴머니즘에 초첨을 맞추었다고 했다. 이 책으로 인해 사형제도 폐지 주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주인공 유정(이나영 배우)은 세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 그녀는 대학교수임에도 제대로 수업을 하지 않아 학생에서 지적을 받기도 한다.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느냐고 따질 만큼 삶에 비관적이고 주변 관계가 비틀어져 있다. 담배를 피우다가 고모(윤여정 배우)에게 등짝을 맞기도 한다. 모니카 고모는 수녀로 30년을 다니며 재소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고모의 제안으로 교도소를 방문하게 된다. 윤수(강동원 배우)는 모녀 살인혐의로 빨간 번호표를 붙인 사형수이다. 그럼에도 더 빨리 죽게 해달라고 탄원서를 넣어 달라고 했고 간식을 주자 쌍욕을 해댔다. 이런 윤수의 모습에 유정은 웃음이 터진다. 고모는 유정과 윤수가 어떤 면에서 닮았다고 했다. 윤수는 몸집 큰 죄수가 건드리자 죽기로 달려들어 쇠파이프로 내리쳤고 다시 골방으로 보내진다.
모니카수녀
아빠의 제삿날 가족이 모여 추도예배를 드린다. 유정은 혼자 절하고 가족들 만류에도 집을 나간다. 그러고는 형부의 새 차를 여러 번 박아 버린다. 무슨 이유인지 유정은 펑펑 울었다. 고모와 한 약속 때문에 유정은 혼자 교도소에 갔다. 사형수를 만나러 와서 기분이 더럽다고 하자 솔직해서 좋다고 했다. 윤수는 유정의 손목에 그어진 자살 시도의 흔적을 보게 되고 묘한 동질감을 갖게 된다. 윤수를 만날수록 보고 싶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진다. 대체 언제 불렀던 애국가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수는 어릴 적 얘기를 꺼내게 되는데 죽은 동생이 좋아했었다고 전한다. 윤수 아빠는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폭력적으로 때렸다. 엄마는 윤수에게 동생을 데리고 고아원에 가 있으라고 했다. 추운 겨울 둘은 노래를 부르며 동생과 길을 걷는다. 유정은 모니카 고모와 달동네를 가서 윤수가 죽인 파출부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사형수 윤수를 만나고 싶어 했고 떡을 해갖고 갔다.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자 윤수는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노인은 용서와 함께 마음 편히 가라고 마음을 다독여 준다. 그날 윤수는 악몽을 꾸게 된다.
어린 윤수와 동생 은수
새해를 맞아 천주교 행사로 발을 씻기는 예식을 하게 되고 죄수들은 사제에게 발을 맡겼다. 유정은 입원한 엄마에게 가져다 드릴 죽을 윤수에게 가져다준다. 윤수는 유정이 말하는 걸 보면 교수 같지 않다고 했다. 학교에서 꼴통으로 통한다고 하자 윤수와 교도관도 같이 꼴통이라고 했다. 이렇게 셋은 머리가 나쁨을 인정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편안한 상태가 된다. 윤수는 어려서 집을 나온 뒤 동생과 앵벌이를 했다. 구역을 침범했다고 흠씬 두들겨도 맞는다. 어느 날 티브에서 애국가를 부르던 유정의 모습을 보고 잘 부른다고 감탄했었다. 눈도 잘 보이지 않던 동생은 수는 길바닥에서 신문을 덮고 자다가 죽게 된다. 윤수는 그때 동생을 보내고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었다. 교도소에서 윤수는 자살을 시도하고 식사를 거부해서 병원에 입원했다. 엄마 생신날에 유정은 사사건건 부딪치다 결국 집을 나오게 된다. 그런데 유정은 힘들었던 자신을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15살 때 성폭력으로 힘든 상황이 됐을 때도 아무것도 모르고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감상하던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유정은 면회 가서 윤수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게 된다. 문유정은 지금까지 세 번 자살하려고 했다. 15살 때 사촌 오빠에게 강간당했다. 엄마한테 얘기했을 때 위로해 주기는 커녕 감추려고만 했다. 엄마는 피해자인 유정에게 2차 가해를 했고 더욱 상처를 받게 되고 생활이 힘들었다. 누구한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들어주는 윤수로 인해 마음이 치유됨을 느끼게 된다. 윤수가 유정에게 한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었다. 담아 두었던 상처와 아픔을 눈물로 씻고 집에 돌아온 유정은 마음이 편해져서 깊게 잠들었다. 눈이 내렸고 교도소에도 눈을 치우느라 분주하다.
교도소에서 즐거운 시간
꽁꽁 언 추운 날씨에도 한쪽 옆에 푸른 싹이 보인다 조뱅이였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싹을 돋는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 같다. 교도소에서 13년을 옥살이 한 황대권은 자신의 <야생초> 책에서 야생초의 끊질긴 생명력을 언급했었다.감옥 마당에서 무참히 뽑혀 나가는 풀들을 보며 자신의 처지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밟아도 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야생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닮고자 하였다. 제대로 봐주지 않는 "잡초"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무진장한 보물을 보며 가능성에 대해 신뢰하게 되었다고 전한 바 있다.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 나갔던 옥중 생활의 회상이었다. 윤수는 같은 방 동료들과 눈싸움도 했는데 마지막 눈싸움이 될지 모른다. 윤수는 유정이 면회 오는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세상에 목요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요일 10시~1시의 우리들의 행복한 세 시간이었다. 어린 왕자에서도 그토록 소중한 것은 공들인 시간 때문이고 그래서 나를 공들여 주기를 바랐던 명대사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라는 대사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정과 윤수
유정은 바닷가에 가서 사진을 찍어 윤수에게 전해 주었다. 주먹밥 도시락도 싸왔는데 짰지만 잘 먹는다. 유정은 그날밤 편안하게 잘 잤다고 고맙다고 했다. 윤수는 돈 많고 예쁘고 잘 사는 사람도 죽고 싶을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남들에게는 먼지만 한 상처도 나에게 상처가 될 때는 우주만큼 아프다고 유정은 말한다. 다 자는 시간에 윤수는 사진을 보고 또 본다. 누구를 만나고 웃고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죽인 여자에게서 반지를 뺐다고 고백했다. 가스를 배달하던 윤수도 좋아하는 미용실 여자가 있었고 핀을 선물했다. 애인이 장궁 외 임신하고 수술비가 없는 윤수는 친구에게 꿔준 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돈을 받지 못하자 사건에 가담하기로 한다. 일수 놀이 하던 아줌마 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딸과 엄마를 죽이고 차고 있던 목걸이와 반지를 빼냈다. 게다가 일하러 들어오던 가사 도우미까지 죽이게 된다. 윤수는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을 살게 된다. 사는 게 지옥 같았는데 이제는 살고 싶어졌다. 이런 윤수를 위해 유정은 오빠 검사에게 사형을 면하게 해달라고 사정도 해본다.
검사 오빠와 유정
죄를 씻고 싶어진 정윤수는 교도관의 도움으로 요한으로 세례를 받는다. 목요일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윤수는 목걸이를 만들어 유정에게 걸어준다. 다음 주에 생일인 윤수는 유정에게 나이키 신발을 선물 받고 싶다고 했다. 유정은 엄마를 용서하려고 갔다. 전에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엄마는 입조심하고 누구한테 말하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성폭행을 당한 딸보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던 엄마를 평생 미워하려고 했으나 용서하고 싶다. 이젠 나이 들고 기력이 약해진 엄마를 용서한다. 오늘은 생의 마지막 날이다. 밖에는 비가 내렸다.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형법에 따라 사형이 선고되었다. 윤수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죄와 주변 분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애국가를 불렀고 죽기 무섭다고 했다. 유정은 고모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오열했다. 사형이 집행이 됐고 윤수의 물품을 정리했다.
부유하고 화려한 교수 유정(이나영)과 가난하고 불우했던 사형수 윤수(강동원)가 주인공이다. 세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한 상류층 여자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돈 때문에 살인한 사형수의 이야기다. 환경이나 살아온 방식이 달랐지만 자살을 시도하고 죽기를 바랐던 그들이었기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초반에 매몰차게 밀어내다가 갈수록 둘이 닮았음을 알아챈다.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었던 건 뭔가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정이 자신의 성폭행 사건과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처럼 어렵지도 않고 힘들지 않은 삶인데 자살을 시도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유정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상처받고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치유해 가며 살아있는 것에 감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10시에서 오후 1시를 누구보다 기다렸던 사형수 윤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자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책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유정과 윤수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 그 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 그들을 통해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