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뽑으라면 단연 한강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곳. 특히 이 계절에 누리는 한강은 언제 가도 좋다. 한강은 순우리말인 '한가람'에서 비롯된 말인데, '큰, 넓은, 최고의, 유일한'이라는 뜻의 '한'과 '강'이라는 뜻의 '가람'이 합쳐져 '큰 강'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도심 속에서 가장 크고 넓은 강인 한강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꽤 많다.
피크닉과 버스킹은 기본 옵션이고 한강 라면, 치킨, 피자, 떡볶이 등을 맥주와 함께 즐긴다.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맛있는 이유는 야외에서 먹는다는 장소가 주는 이점이 있다. 그날의 온도, 습도, 음악, 함께하는 사람들과 분위기가 모두 포함되어 최적의 기분을 느끼는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단순한 대화만으로도 재밌다. 사실 그냥 누워서 낮잠을 자는 것도 달콤하지!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나는 피부결로 마주하는 상쾌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을 받을 때 직접적으로 행복을 느낀다.
좋아하는 강, 푸릇푸릇한 나무나 잔디 같은 풀,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 정답고 포근한 분위기가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다. 왁자지껄 유쾌하게 떠드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 미소를 띤 사람들의 얼굴. 비눗방울 놀이와 자전거 타기 등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마저 든다. 청춘의 열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단지 수다 만으로도 특별해지는데, 여기에 더해 흥미로운 행사도 많다. 대표적으로 서울세계불꽃축제, 책 읽는 한강공원 북킹, 한강불빛공연 드론라이트쇼,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한강 달빛 야시장, 한강 빛섬 축제 미디어아트쇼, 한강나이트워크, 무소음 파티 등.
낮의 한강과 오후의 한강, 저녁과 밤 모두 시간대별로 다른 모습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노을이 지거나 석양이 붉게 물들거나, 한낮의 반짝이는 윤슬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아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어떤 날에는 바라만 봐도 벅차올라 감탄을 자아낸다. 같은 장소라도 매일매일 경치가 달라지는데, 갈 수 있는 한강 공원이 이렇게나 많은 건 큰 행운이다.
여의도 한강공원, 반포 한강공원, 뚝섬 한강공원, 망원 한강공원, 난지 한강공원, 선유도 공원, 잠실 한강공원, 이촌 한강공원, 잠원 한강공원, 양화 한강공원, 광나루 한강공원 등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얼마든지 골라갈 수 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양화대교, 성산대교, 동호대교, 한강대교, 서강대교, 원효대교, 동작대교, 성수대교, 잠실철교, 광진교 등 23개나 있다.
명실상부한 노을 맛집인 노들섬은 해가 질 무렵이면 장관을 이룬다. 노들서가를 이용하거나 전시, 공연, 음악과 관련된 다채로운 행사도 많이 열려 자주 찾는 장소가 되었다.
세빛섬은 3개의 섬(가빛섬, 채빛섬, 솔빛섬)과 LED 스크린이 갖춰진 구조물인 예빛섬으로 총 4개의 시설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무지개분수가 뿜어져 나올 땐, 황홀해지며 야경 맛집으로 탁월하다.
가장 자주 가는 서울 속 섬은 역시 여의도 한강공원이다. 여의도는 한강과 샛강 사이에 위치한 섬인데, 늘 그 자리에 있는 풍경이 반겨준다. 매년 봄이면 윤중로 벚꽃축제, 가을이면 불꽃축제도 놓칠 수 없어 계속 찾는다. 더현대 서울에 들러 디저트를 포장한 뒤 여의나루까지 걸어가기도 하고, 봄가을이 되면 서울의 한강 도장 깨기라는 나만의 연례행사가 있다.
아름다운 찰나의 계절, 가을에 밖에 나가지 않으면 반칙이다. 집순이와 밖순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나가면 무조건 좋다. 낭만과 여유가 넘치는 경관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바쁘게 움직이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숨통이 트이는 장소가 바로 한강이다. 일하는 나와 휴식하는 나를 잇는 장소라고나 할까?
가을의 한복판에서 서울이 주는 최대 혜택을 만끽해야겠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한강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