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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나 Aug 02. 2018

[일상의 생각1]
테이크 오프(take-off)

로스토우의 경제발전론에 테이크 오프(take-off) 단계가 있다. 이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다가 이륙하듯이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단계를 뜻한다. 이런 테이크 오프가 일어나려면 한 나라 경제의 인적, 물적 자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다져져야 한다. 경제학 이론이지만 문명사를 전공하신 분들도 잘 알고 있는 이론이라 한다. 고대 이집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을 만났을 때,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한 이집트 문명의 출현이 갑작스러운 듯 보이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역량이 응집되어 발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놀라운 기술력을 지닌 고대문명의 갑작스런 출현도 일종의 테이크 오프 단계를 거쳐서 꽃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론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편집자로 일하다가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하면서 순간 발전하는 듯이 보였지만 곧 정체기가 찾아왔다.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매뉴얼도 만들고 분주했지만 내 역량은 항상 제자리인 듯이 보였다. 짙은 안개 속을 헤매듯이 답답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불안감이 밀려왔고 때로는 실수도 했지만 주어진 내 일이니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기간을 2년 정도 보낸 뒤의 어느날 갑자기 모호하던 몇몇 것들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잘못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순간 내가 한 단계 올라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뭔지 오리무중인 단계에서 최소한 내가 뭘 못하는지는 알게 되는 단계, 이게 일종의 테이크 오프임을 실감했다.


사람의 역량은 1차 함수 그래프처럼 완만하게 직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상승하는구나 하는 깨달음.  그리고 그 상승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제자리에서 다져지는 인내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의 테이크 오프를 더 겪어야 진정한 고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단계씩 상승하려면 일정한 테이크 오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도 좌절하지 말자. 그 제자리에서 나를 훈련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까. 그리고 테이크 오프를 위한 필요조건임을 안다면 그 제자리걸음의 시간이 조금은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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