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느슨한 연대 안에서
몇 년째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물살을 가르다 보면, 가끔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내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좋아서 시작한 취미에 성적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이대로 나만의 방식으로 계속해도 괜찮은가 싶을 때면, 실내 수영장을 찾는다.
얼마 전, 오랜만에 자유 수영을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Fast/Medium/Slow 레인 중 어디를 선택할지는 늘 고민이다. Fast에 들어가기엔 섣불리 끼어들었다 민폐를 끼칠까 망설여진다. 아니, 실은 각국 국가대표 선수 같은 분들의 우렁찬 발길질에 걷어차일까 겁이 나기도 한다. Medium은 유유자적형과 과몰입형의 충돌이 잦아 어딘가 어정쩡하다. 결국 고심 끝에 Fast에 섰다. 이왕 온 김에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들 사이에서 한 시간 남짓 헤엄쳤다. 같은 레인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전속력으로 달렸더니, 입에서 단내가 나고 머리가 핑 돌았다. 속도도 영법도 각기 다르지만 중요한 건 흐름이었다. 마치 군무를 추듯 물속에서 서로 합을 맞추는 일. 흐름을 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읽어야 했다. 누가 언제 어디쯤 닿을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 패턴 속으로 유연하게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순환의 일부가 되면서 동시에 나로 인해 새로운 리듬이 만들어졌다.
각자의 공간을 배려하며 레인을 사이좋게 나누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덕분에 평소엔 2,000미터 정도에서 마무리하는데, 그날은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예의 바른 페이스메이커였다가 또 은근한 경쟁자가 되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모두의 기세가 나를 끌어올리는 듯했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동지애가 생겼다. 각자도생처럼 보이는 자유 수영에도 스포츠맨십은 존재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호흡이 의지가 되었고, 평소의 고요한 집중과는 다른 안정감이 들었다.
집에서는 오로지 나와 물뿐이었다면, 수영장에서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속도를 견주고, 타인의 장점을 눈여겨보며, Fast에서도 충분히 어울렸다는 뿌듯함까지. 그런 것들을 얻고 왔다. 늘 나만의 속도로 사는 환경이다 보니, 때로는 이런 자극을 일부러 찾게 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북돋는 느슨한 연대 안에서, 이제는 의심 없이 내가 하던 대로 계속해도 되겠다는 확인을 했다.
다시 익숙한 루틴으로 돌아와, 혼자 기록하고 꾸준히 나아가는 데 집중한다. 스마트워치로 날짜, 거리, 시간을 차곡차곡 쌓는다. 데이터가 늘어갈수록 이 여름도 더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