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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닿을 시

자유형 수영

하나 되는 법에 대하여

by 소라비

느슨히 감아도
풀리지 않는다

빈틈없이
파고드는
물과 몸의 밀착은

내가 아는
가장 끈덕진
사랑의 형태다

자유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헛된 움직임 하나 없이

철저한 수영병기가 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절제의 카리스마

팔을 길게
앞으로 나란히 뻗어

오른팔을
수면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는
반월 모양 곡선의 서두

거친 숨결로 터지는
음파

파의 순간,
팔을

바깥에서 안으로 말고
앞으로 둥글게 휘감아
뒤로 젖히며

속도가 자라나게 하는
촉진하는 몸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전신의 움직임 속

가빠오는 박동 사이
짧은 숨표
추스름의 배려


쉴 새 없이 분주한
오른팔 옆
한가로운 왼팔

치솟는 오른팔이
물을 길어 올리는 찰나


그제야 드러나는
수줍은 조력자

평영과 배영은
반으로 접은 색종이의 대칭

평영은 두 팔이 동시에
배영은 맞물려 교대로
돌아간다

방식은 다르나
동등한 좌우

하지만
자유형은
전혀 다른 몸짓

오른쪽이
모든 빛을 받는 동안

반대편은
묵묵히
기울기를 막아낸다

같은 형태로
포개지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춤사위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화음

왼팔에게 속삭이는
오른팔의 구애

우리는
서로 달라

그래도
함께 어우러져 볼까

자유형이 건네는
애틋하고도 농염한 사랑시

You complete me!
그렇게 하나가 된다




브런치의 첫 글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 보았어요. 그 끝에 수영이 있었고, 하나 되는 몸에 닿았습니다. 물을 향한 저의 세레나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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