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그리고 추억

by 글날 스케치MOON

며칠전 올해 첫눈이 내리며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흑과 백으로만 세상의 색깔이 나뉘어 지는 모습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는 여전히 눈이 참 좋다.

때로는 눈이 덮힌곳을 찾기 위해 겨울 제주의 한라산을 탐방하는 용기까지 실행할만큼 눈에 대한 내 정성을 다한다.

지난 11월 말에 다녀온 한라산에서도(사실 예측하지 못하고 갔지만) 서울보다 먼저 첫눈이 내렸는지 삼각봉부터는 산위로 눈이 소복히 쌓여져 있는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쿠팡 새벽 배송 알바를 하던 중 어느날 새벽에 눈이 내린 날들이 있었다.

배송일을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아들까지 데리고 나와서 함께 일을 하고 있었기에 혹여 넘어질까, 상품이 눈에 젖을까 염려가 앞섰지만, 어느 순간 내 모자와 눈썹에 눈이 소복히 쌓였고 아들 역시 머리카락과 눈썹에 눈이 소복했던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새벽 5시 30분 깜깜한 거리의 색깔과 우리가 입었던 검은 패딩위로 반짝이는 눈의 색깔은 오히려 아들과 나에게 웃음을 주었고, 서로를 응시하던 그 시각은 추운 날씨와 상반되게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엄마 속눈썹에 눈이 쌓였어. 지금 엄마 완전 눈사람 같애"

"너도 그래. 눈사람처럼 모자위에 눈이 엄청 쌓였어"


며칠 전 운동을 가던 중 만난 첫 눈에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소식을 알렸다.

내 머리카락에 떨어진 눈송이, 까만 자동차 위로 얕게 쌓여진 눈을 찍었더니 그도 얼마나 설레였는지 내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며 아파트 현관앞에서 눈을 바라보던 모습속에서 감성이 충만하던 20대의 그의 모습을 회기하기에 충분했다.

첫 눈은 같이 맞아야 한다며 그날 아파트에서 우리 부부는 잠시 눈을 만끽하며 추억에도 잠겨 잠시 어린시절로 여행을 떠나보았다.


20년도 더 된 오랜 기억속...

남편과 연애했던 어느 해 굉장히 많은 눈이 온 화이트크리스마스였다.

지하철 막차가 끊어져버려 친구집까지는 4정거장이 더 남았고, 주머니 궁한 어린 대학생들에겐 심야택시비는 무서운 사치이자 건강한 두 다리와 긴긴 밤이 곁에 있었다..

지금의 가산디지털역부터 금천구청까지의 대략 3키로정도의 도보거리를 2시간이 넘도록 걸었고,

얼마나 눈길위에서 깔깔거리고 꽁냥거리며 그 길을 걸었던가...

수년의 시간이 흘러 그와 결혼하고 나서도 출퇴근으로 그 거리를 지나던 나는 매해 겨울마다 어린 우리를 그 거리에서 만나곤 했다.

겨울 추억이 있어 설레였고, 눈이 오던 날은 그 길가 곳곳에 내가 머물러 있어서 더 반가웠다.


지금은 서로의 머리카락에 눈보다 더 희고 반짝이는 하얀 머리가 올라오고,

어느새 17세의 아들을 키우고 있는 중년부부로 삶을 맞댄지 어느덧 결혼 18년차.

지금도 눈이 올때면 나는 여전히 20대 초반의 그때로 훌쩍 타임머신을 타고 넘어간다.

그 수많은 눈송이들 안에는 20대 초반 눈을 맞으며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입맞춰주던 그와 내가 있다.


어제 저녁에도 잠시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눈은 조금 왔지만,

까만 하늘에서 반짝거리며 하얀점처럼 내려오던 눈송이가 내 마음에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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