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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함께 보는 사람

낭만적인 로맨스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순해지는 일

by 조용한 언니

아직 봄바람이 차가운 날, 함께 별자리 원고를 마감한 글동무들을 만났다. 글‘동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친한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어 달을 꼬박 같은 일에 매달렸으니 동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함께 원고를 나누어 썼다. 기획하고 제안한 별자리 선생님의 역할이 제일 컸다. 원고를 쓰면서 종종 생각했다. 혼자 써도 되는 이 작업을 왜 제안했을까? 출판사와 소통도, 제일 중요한 원고의 결을 수정하고 만지는 일도 혼자하면 간단할 일을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어설픈 나와 한 이유가 뭘까. 내 궁금증에 딱 맞춤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의 별 선생님은 혼자보다 함께 할 때 원고작업이든 별자리 공부든 더 풍부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함께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써야 하고, 마음을 쓴다는 것은 시간을 나누는 일이고 내 공간에 타인을 들이는 일이다. 나는 마음을 쓰고 시간을 나누고 내 공간에 다른 이를 들이는 것이 늘 어렵다.


이 날은 원고 작업을 함께 한 다른 분도 같이 만났다. 나와 별 선생님과는 다르게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온라인 회의로만 만나다가 실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보다 언니인 그이는 컴퓨터 화면의 영상보다 더 부드럽고 화사했다. 그도 내게 화면보다 훨씬 발랄해 보인다고 했다.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여자들의 인사말, ‘예뻐졌다’라는 투의 인사를 처음이면서 처음이 아닌 그이와 나누며 셋은 길거리에서 소리 내어 웃었다. 나를 제외한 글동무 두 사람은 별자리 공부와 명리학, 니체와 장자를 오가며 오래 공부하는 이들로 공부가 업이 아니면서 업보다 더 열심을 내어 공부한다. 그러면서 젠체하지 않고 경쾌하고 명랑하다. 나는 돈도 밥도 되지 않는 공부에 열심인 이들이 늘 신기하다.

아름다운 개인주의자를 위한 별자리심리사전/ 이림영옥 제소라 윤순식 /시크릿하우스/ 2025


일 년 중 가장 화창한 계절인 황소자리에 태어난 나는 금성을 수호행성으로 가졌다. 별자리에 따르자면 금성은 행운의 행성으로 도움이 필요할 땐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고 그냥 이유 없이 선물을 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생각하니 이 날도 나는 두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다. 보고 싶은 책이 절판이라 구하기 힘들다고 스치듯 말했을 뿐인데 별 선생님이 들고 오고, 또 한 분은 지금 계절에 어울리는 스카프를 선물했다. 별자리 선생님이 가져 온 책은 그전에 만난 선배도 찾아 준다고 했었다. 황소자리에서 태어난 덕인지 금성 때문인지 생각하니 만날 때 마다 밥을 사주는 언니들이 여럿 있고 한 친구는 내 그림을 넣은 머그잔을 만들어 주었다. 이 친구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 오다 주운 것처럼 선물을 한다. 그들에게 늘 기쁜 맘으로 선물을 받는데, 난 선물을 한 적이 별로 없다. 자주 그들이 내게 선물이라는 것을 잊는다. 혼자 떨어져서 외롭다고, 길게 침잠 중이라고 글까지 썼는데 난 늘 괜찮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고 있었다.

늦은 저녁까지 글동무들과 별자리와 사주 명리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세상 이야기와 곧 있을 딸의 결혼과 서울을 떠나 이사 할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별자리 원고의 미처 수정하지 못한 내용들을 함께 마무리하고 책 제목에 대해 또 한참을 더 이야기 했다. 나는 한 번도 하지 못한 결혼을 할 딸이 있는 동무와 자란 곳을 떠난 적 없는 나와는 다르게 스무 살 이후 여러 곳에서 산 동무를 보는 나는 이들이 또 신기해졌다.


돌아오는 길, 오랜 만에 오래 오래 걸었다. 연희동과 번잡한 홍대를 지나 익숙한 성산동과 망원동을 걷는 내내 상현달과 나의 행운의 별, 샛별이 따라왔다. 밖에 나오니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돈도 밥도 되지 않아도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많다. 샛별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나도 선물을 주고 신기한 재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별을 보는 일은 내게 낭만적인 로맨스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순해지는 일이다. 함께 별을 보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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