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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람 Apr 10. 2021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꽤 괜찮다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 회사

----여기서부터는 미리보기만을 제공합니다---


마치 늘 거기 있었다는 듯이 복귀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정말 그랬는데.

어느새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회사에 스며들어 있었다. 마치 늘 거기 있었다는 듯이.


7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렀다. 모든 게 희끄무레하기만 한 나날들 중, 그나마 선명하게 형태를 갖췄던 건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었다. 나는 계속 표현하면서 살고 싶었고, 내가 만들어낸 것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글이든, 영상이든, 음악을 통해서든 말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해져 보자면, 내 창작물로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런데 나를 계속 표현하고, 드러내는 일은 어떤 ‘직업’으로 단번에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동시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만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모든 위험 부담을 끌어안고 당장 퇴사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나를 설레게 하는 일 못지않게 경제적 안정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길어지는 백수생활로 내가 가장 크게 우려했던 일은, 내 삶의 기반이 흔들려서 기껏 찾은 설렘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불안은 설렘을 쉽게 좀먹기 마련이니까. 나는 여전히 심사숙고하며 ‘일단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세상에, 그런데 복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복귀도 퇴사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혹시 내가 너무 한 번에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지금의 이 다짐들이 다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닐까, 누군가 나를 하자 있는 인간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는 단단하게 성장했을 나를 한 번 믿어주기로 했다. 돌아가는 만큼 회사에 바쳐야 할 나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각오도 충분히 해두었다.


휴직 기간이 끝나갈 때쯤 슬며시 응원의 전화를 걸어 준 상사의 부드러운 목소리 덕분에 나는 쉽게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훌륭한 동료들의 배려와 재택근무 환경으로 나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회사에 소프트 랜딩 할 수 있었다. 동료들은 사려가 깊어서 ‘쉬는 동안 뭐했냐.’등의 질문은 내게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있었던 사람처럼 대해줬다.


© israelandrxd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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