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래토드 Jan 20. 2024

밤 열한 시에 끓여 먹는 라면


하루를 마감해도 결코 이르지 않을 시간에

냄비를 챙긴다.

물을 끓이고, 라면을 넣는다.


"엄마빠는 열0면, 너희들은 스0면"

매운맛의 차이는 있지만, 라면은 라면.


"적어도 소화는 시키고 자자!"

"그러려면 영화 한 편은 봐야겠지?"

"밥 말아먹을 사람?"


아파트라면 상상도 못 할

쩌렁쩌렁한 울림을 내며

눈 내리는 한밤중,

어르신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신 시골마을에

불 꺼지지 않는 집이, 우리 집이다.




라면은 참 맛있고,

길티(guilty)가 느껴지지만

만사를 제쳐두고서라도 먹는 재미가 있다.  


밤에 아이들과 함께 먹는 라면은

소리까지 참 맛있고,

길티(guilty)가 느껴지지만

오밤중에 느껴지는 이 동질감에 대해선

죄를 논하지 않기로 했다.



한밤 중의 라면 만찬.

부모 자식 간의 그 친근한 수다와

다음 날의 늦잠까지

소중하고 소중하다.



가족이 비로소 식구(食口)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스타로 만든 작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