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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Oct 14. 2021

편리함과 불편함 그 어느 사이

키오스크에 관한 생각

초등학교 6학년 그 시절 최고의 가수는 이승환을 비롯 윤종신, 신승훈이었다. 당시 나는 신승훈의 골수팬이었는데 콘서트에 갔다가 깔려 죽을뻔한 기억도 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색깔의 가수가 등장했는데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가수들과는 너무 달랐다. 중학교 2학년 우리 반 반장은 오후 자율학습을 자주 빠졌는데 이유인즉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높은 담을 넘어 학교를 탈출했고 다음날 잔뜩 충혈된 눈으로 학교에 왔다.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었다. 다행히도 서태지와 아이들은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한 후 잠시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음반 활동을 접는다는 건 거의 해체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당연하게 휴식을 가졌고 처음에는 이 일로 기획사뿐만 아니라 팬들의 성화도 심했다고 알고 있다. 활동 후 잠적, 공백기의 시초가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그렇게 짧고 굵게 4년간의 활동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우리나라 음악사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늘 조용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듣다가 시끄럽고 알 수 없는 음악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선했고 당대에는 누구누구 팬이 아닌 기본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고 한 사람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이었을까?


코로나 이후 나는 더 이상 가방을 챙기지 않는다. 이제 내 활동무대는 도서관이 아닌 인터넷 세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소품 가방은 창고에 들어가 잠든 지 오래고 보물 1호는 다름 아닌 노트북이다. 소품 가방에 빠지지 않고 꼭 챙겨 다녔던 건 바로 사탕이었다. 아이들은 딱히 사탕을 좋아하지 않지만 선생님께 칭찬받으며 받는 달콤한 사탕 하나는 그 의미가 몹시 컸다. 


"우리 친구들 열심히 하면 선생님이 선물 줄 거예요~"

"어떻게요? 택배로 보내요?"

"자 수업이 다 끝나고 어떻게 선물이 오는지 기대해보세요!!"


아이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비대면으로 바뀐 후 아이들에게 줄 당근은 어떻게 됐을까? 처음에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간식주머니를 만들어 상품으로 도서관 데스크에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아주 간단하게 보상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선물하기!!! 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나올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은 변함없다. 젤리 한 봉지, 마이쮸 하나, 달달한 ABC 쵸코과자... 사실 사탕 한 두 개면 끝날 문제였지만 한 명 한 명 간식을 선물하는 건 비용면에서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훨씬 컸다. 8주에서 10주를 열심히 끝낸 후 엄마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편의점에 들러 물건을 교환하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수업이 한 참 끝난 후에 간식을 바꿔 인증사진을 보내거나 아이가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 톡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긴 시간 화상으로 수업을 한 아이들에게 그만한 보상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비단 카카오톡 선물은 아이들만 해당되지 않았다. 나도 어느 순간 학부모한테 심심치 않게 쿠폰 선물을 받았고 가끔 집으로 택배가 날아오기도 했다. 게다가 주소를 몰라도 상대방에게 선물을 보내면 받은 사람이 주소를 입력하여 선물을 받을 수도 그리고 송금도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추석 전 학부모에게 박카스를~ 내 선물함


선물은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일은 선물을 교환하는데서 발생했다. 여기저기 받은 선물이 쌓이면 가끔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 순회를 한다. 이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선물이나 필요한 건 한 번에 교환하는데 선물함에 쌓여있는 아이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쿠폰을 열어 바코드를 찍는 과정이 꽤나 부담스러웠다. 상대방은 내가 하나하나 열어서 멋쩍은 손으로 폰을 내밀면 그때그때 찍어야 하니 상품을 열개씩 교환할 때는 결국 계산시간이 길어지고는 했다. 편의점에서는 가끔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편의점 행사상품은 해당사항이 없어서 2+1이나 1+1이더라도 나는 쿠폰으로 교환할 경우 하나만 가능했다. 


내 돈 주고 내가 사는데도 눈치가 보였다. 오늘은 커피를 교환하는데 쌓여있는 쿠폰 4장을 쓰려니 키오스크에서 버튼을 하나 잘못 눌러 처음부터 다시 구매를 진행해야 했다. 


이제는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모르면 햄버거 하나도 주차장에서 주차요금 계산도 어렵다. 시대의 흐름에 변화하고 있다는 건 인정하고 싶지만 뭔지 모르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건 나뿐일까? 누군가는 기계보다 못하다는 자책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처럼 언젠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도기일까?


분명 누군가를 직접 마주하지 않고 내 취향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마음데로 주문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위버택시가 급격히 성장하고 배달서비스가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처음에는 너무나 신선하고 신기했으니까.  


내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내가 지닌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씁쓸한 이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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