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오픈 열흘 만에 첫 주문 제작 건이 들어왔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고모가 맘카페에 우리 떡으로 생일상을 차린 후기를 남겨준 덕분에 같은 떡을 주문하고 싶다며 손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엄마의 공방은 오래된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데다 큰 대로변에 있지도 않아서 유동인구로 수입을 내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 곳까지 찾아온 손님이라니. 지역 사회 맘카페의 위력을 실감한 동시에 우리는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앞으로도 자주 감격스러워할 예정이다.)
“엄마~ 우리 소문 좀 나려나봐!”
“그러게 말이야. 고모 덕분이야.”
우리는 오픈 이후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가게에 주문 제작이 밀려드는 상상을 하며 기쁘게 웃었다.
며칠 뒤, 손님이 주문한 떡 픽업 시간이 다가왔다. 준비는 거의 마무리되어갈 때쯤 근처에 사는 고모가 공방에 안부를 물으러 찾아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포장을 마무리 짓고 있었는데, 손님이 픽업시간보다 일찍 떡을 찾으러 오셨다. 엄마가 다급하게 포장을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준비된 떡을 담아드리려는데 아차 싶었다. 상자 포장을 따로 안 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어느 봉투에 담아야 하는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엄마도 나도 하루하루 적응하는데 급해서 아직 가게 메뉴를 담을 봉투 종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작은 비닐에 넣었다가, 엄마는 그건 좀 작다며 큰 비닐에 옮겨 담았다가, 지인과 손님을 앞에 두고 우리는 코딩이 잘못된 로봇처럼 삐걱거렸다. 겨우 손님께 떡을 건네드리고, 최대한 당황하지 않았던 것처럼 밝은 웃음으로 인사드렸다.
손님이 나가고 뒷정리를 하는데, 아차 싶었다. 떡에 우리 로고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른 메뉴라면 괜찮은데, 귀여운 새 모양 스티커가 포인트인 메뉴라서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엄마에게 사실을 말했다.
“엄마, 스티커 안 붙였지?”
“무슨 스티커. 아 그렇네!”
“우리 포인트인데, 그걸 안 붙이고, 손님 앞에서 포장도 버벅거리고.”
“그런 건 네가 챙겼어야지.”
“생각을 못했어, 떡 포장하면서 당연히 엄마가 붙일 줄 알았지.”
당황과 떨림이 사그라들기 전 실수를 발견한 우리는 쉽게 서로의 탓을 해버렸다. 그 순간 엄마와 나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작은 실수를 빨리 털어내지 못하면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란 걸 너무 잘 아는데도 웃으면서 넘기는 것이 늘 어려웠다. 그래서 평소에는 자신을 질책하고 마는데, 오늘은 눈앞에 있던 서로를 질책해 버렸다.
이야기를 나누던 고모가 돌아가고, 미리 준비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고 당황했던 마음이 다시 평온해질 때까지 우리는 서로 말을 아꼈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 각자 일을 하는 엄마를 흘깃 보고 화해를 신청할 타이밍을 살폈다. 갑자기 고모가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신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우리가 실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로 화해해 보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는 자주 부딪칠 거고, 가게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화해가 빠를수록 좋을 테니까.
“엄마, 아까는 고모가 있어서 얘기하다가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러게 말이야, 평소라면 안 그랬을 텐데.”
“미안해, 다음에는 더 신경 쓸게.”
“아니야, 그럴 수밖에 없었지.”
다행히 우리는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 성격인 동시에 타인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데는 관대한 점까지 닮아 다행이었다. 빠른 속도로 상황을 제자리에 맞추며 엄마와 호흡을 맞추어 가는 일은 단정할 수 없지만 아주 까다롭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부딪쳐도 괜찮은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