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을 느낀다면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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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의 웁살라는 오후 3시 반이 되면 캄캄해진다. 사실 일몰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애초에 해가 안 보일 정도로 구름이 잔뜩 껴있어 점심을 먹고 나면 이제 곧 어두워지겠구나 생각하면 될 정도다. 웁살라에 도착하고 한 일주일 가량이 가장 많은 우울감을 느낀 기간이다. 필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올빼미족에 집순이어서 밤에 무드등 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걸 굉장히 즐겨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혹독한 스웨덴의 날씨는 밤을 좋아하는 필자조차 우울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필자가 느낀 감정은 명확했다. 계속 어둠 속에서 지내게 될 것 같다는 불안을 뿌리 삼은 우울감이었다. 어둠의 명도만이 차이일 뿐, 얕고 짙은 어둠이 계속되기 때문에 더욱더 갑갑했던 것 같다. 고요한 방에 혼자 남아 어둠이 닥친 창문 밖을 바라보면 컴컴한 장롱 속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진득하게 밀려오는 깊은 감정들 때문에 그 일주일의 기간 동안은 사람들과 같이 있으려고 노력했다. 아래는 이 고독했던 일주일 기간 중 어느 날에 기록한 메모다.
여전히 어두울 때 혼자 방 안에 있으면 우울하다...
(중략)
계속 우울해지면 비타민 디를 먹쟈
계속 우울해지면 비타민 디를 먹쟈
그래도 마지막 문장을 보니 현실적으로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참고로, 위에 비타민 디는 한두 번 먹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거 같아서 복용은 바로 그만두고 나중에 중고로 팔았다.
한편, 이 우울감이 거의 일주일 만에 사라진 이유가 있다! 그즈음 처음으로 날씨가 완전 갠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번 날씨가 좋아질 수 있구나를 인식하니까 그 뒤로는 우울감을 느끼지 않았다. 여하튼 겨울의 스웨덴을 겪고 무거운 감정이 든다면 그냥 자연스러운 거구나 하고 넘기면 좋겠다!
2018년 1월 17일 수요일, 칼마, 놀란드 네이션 탐방을 날리는 대신, S랑 같이 1월 27일에 열릴 International Student Festival 티켓을 예매했다. (입장료 4.9유로) 빡빡한 수업 + 안 좋은 날씨 콜라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2018년 1월 18일 목요일, 며칠 안 남은 무료 네이션 이용권을 누리고자 예테보리 네이션을 다녀왔다. 재밌게도 S와 함께 네이션 탐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세워진 탐방 목표가 있다.
가장 맛있는 햄버거를 파는 네이션은 어딜까?
결론적으로 예테보리 네이션의 햄버거는 쏘쏘였다.
이날 예테보리 네이션의 핵심 이벤트인 '가라오케 나이트'가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으면 MC가 유튜브에서 해당 곡의 MR을 틀어주고, 신청자는 무대로 나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말 그대로 오픈형 노래방이다. 그리고, 나와 S, 새로 만난 프랑스인 친구 F도 당당하게 한 곡씩 뽑고 왔다. 다행스럽게도(?) 그때 무슨 노래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자이언티 노래였던 거 같은데 (···)
F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필자와 같은 수업을 수강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알고 보니 F는 프랑스에서 Computer Science를 전공한다고 한다. 교환 와서도 독강에 헤매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수업 메이트를 만나게 되어 진짜 기분이 좋았다!
즐거웠던 만남을 뒤로하고, 플록스타로 돌아가는 길에 웁살라 대성당을 찍었다. 기억하기로는 대부분의 네이션 건물이 웁살라 대성당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생각보다 웁살라를 덮은 어둠이 그리 두터워 보이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