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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pr 19. 2023

제발, 나대지 마

이번생은 포기



몇 주 전부터 말을 줄이고 싶다는 강렬함이 머릿속을 날아다닌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또 시작인 걸까? 아니면 실수할까 봐 혼자 선수 치는 건까? 멍하게 있는 시간이면 불현듯 말을 줄이자 친절하게 말하자 혼자 다짐을 해본다. 



내 말 하나로 웃고 위로가 되어 주고 싶은 강박인지 단체 채팅방에서 유난히 더 움츠려 든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말을 안 하는 걸까 내 말이 피로하면 어쩌지 여전히 맴돈다. 글쓰기만 할 때보다 책을 읽게 되니까 더 무섭다. 넌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달라지기 위해 빌려온 책




당신의 말에 당신의 그릇이 보인다



이제는 말하기를 점검해야겠다. 그냥 마구 주절거림이 아니라 따뜻한 말, 말을 많이 하는데 왜 외로움이 밀려들까 너무 말해서 채워지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다른 사람의 말로 채워야 할 텐데 참 어렵다. 

적절할 때에 입을 열고 때론 침묵하는 그런 사람, 내 말에도 품격이 느껴져서 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화를 하다 보면 유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 참 따뜻하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강렬한 끌림 들을 마주한다. 




말은 상대방에도 파장을 일으키지만, 내 마음에도 파장을 일으킨다. 표면적으로는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사실은 그 말을 한 사람에게 가장 깊은 영향력을 남긴다. 지적하는 말하기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마음이 예민해지고, 화가 섞인 말하기를 사용하는 사람 마음에는 화가 쌓이기 마련이다. 

-말그릇 중에서-



아... 이래서 내가 불안했구나. 심지어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고치고 싶다. 내 말그릇은 간장 종지 만한가 아니면 냉면기처럼 과하게 넓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고 나가버리는 그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글쓰기 모임과 독서모임에 푹 빠져서 엄마표 영어방에서는 셀프 휴식기가 찾아왔다. 열심히 활동하다 안 하니까 뭔가 미안해지고 새벽기상까지 더해 라방도 줌수업도 참여하는 게 힘들어졌다. 아이 공부를 신경 못 쓰고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는데 참았다. 아주 꾹.... 내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리딩루틴을 잡아 주라는 말은 3월부터 들었는데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리딩챌린지 한다는 알림이 올 때마다 좌불안석 뭔가 안 하는 엄마가 보일까 봐 창피했다. 저녁에 잘하고 있지만 혼자 인증하고 체크하는 시간이 외롭다. 



특명, 엄마표영어 리더께서 적극적으로 하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이런저런 고민들을 말하고 처방전이 떨어져도 안 하면 제자리걸음 엄마표영어 2년 차가 되니까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리딩챌린지 인증 오픈방 개설해 주세요



제발! 나대지 마. 머릿속 생각과 왜 손은 항상 따로 놀까. 3분간 생각하고 쓰면 안 될까? 또 이런 일을 벌이는 너란 여자 소름이다. 벌써 채팅창은 하나둘 말들이 달린다. 함께 하자고 어떻게 하면 되고 이름은 무엇으로 해야 할까요. 그녀들은 간절했다. 혼자 하는 것들은 작심 3일이 되기 쉽고 나 역시도 매일 새벽수영을 갈 수 있는 건 함께 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일어나면 갈 거예요? 물어보고 가야죠..라고 대답한다. 

솔직히 힘들고 가뿐하게 일어날 수가 있겠나 그런데 수영을 하고 나오면 너무 개운한 그 맛 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중독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 쪽팔림은 영원한 발전이다



정말 나대고 싶지 않다. 

조용하게 하나씩 나아가고 싶다. 

대나무 숲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 일해서 직업병이 생겼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천성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영어그림책 오픈채팅 방에서 나온 지 몇 주 안 되었는데 리딩채팅방을 개설해 달라는 내 모습에 똥 마려운 강아지가 되었다. 

이번 생에 조용한 삶은 불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발전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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