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노래처럼 여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짧아지는 옷을 대비해 운동을 한다. 고로 수영장등록은 피 튀기는 전쟁터이다. 6월 등록일을 알려주는 강사님께서 이번에도 정신 단단히 챙기고 초급반 등록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9시 땡 알리자 초급반에 무사히 등록을 했다.
정말 딱 2분 컷! 다들 홈페이지만 보고 있었나 싶었다. 다음날 강습시간에 다들 등록했냐고 물어보니 몇몇 분은 못해서 대기에 걸어뒀다고 낯빛이 어두웠다. 예전에는 30초 컷이었는데 지금은 눈 깜박일 시간은 준거라며 웃으셨다.
초급반 등록 기념으로 예쁜 수영복을 고르고 세트세트 수영모, 물안경까지 샀다. 고민하는 찰나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서 한 사이즈 아래로 주문하고 수영복에 몸을 맞추기로 했다.
세상이 좋아져 다음날 수영복이 도착했다. 와우~ 유럽느낌 풍기는 수영복은 너무나 황홀했다. 조금 젊어진 느낌이랄까 레슬링선수 같은 수영복아 안녕 알록달록 발랄해보자며 집에 갈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펼쳐본 수영복이 뭔가 쫀쫀하게 작다. 그래 기분 탓 일 거야 탄탄이 수영복했으니 비누칠하고 입으면 괜찮아. 택을 가볍게 잘랐다. 여자의 촉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수영장 가기 전에 집에서 한번 착용해볼까 싶어서 샤워하면서 수영복을 입어 보기로 했다.
안 본 눈 삽니다
영차영차 으악!!! 도마뱀 수영복 탈출하려다 사람 잡겠구나. 등살이 올록볼록 엠보싱이 따로 없다. 2달의 수영으로 팔뚝 살이 빠졌고 너무 싫었던 겨드랑이 살이 빠졌거늘 이건 아니지 정말 등살이 나를 까꿍 반가워를 외친다. 무슨 자신감으로 택을 잘라버렸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친구가 물속에 들어가면 늘어난다고 다 그런 거라는데 차마 입을 자신이 없다. 이거 입고 준비운동하다 헐크가 될 판이다.
그렇게 기분 전환으로 구매한 수영복은 고이 접어서 서랍으로 들어갔다. 우울한 기분을 뒤로하고 수영모와 수경만 챙겨서 바구니에 넣었다. 15일을 기점으로 수강생이 많이 안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번달은 달랐다 뭔가 다들 의지에 불타 올랐고 강습받는 날은 출석률이 더 좋아서 강사님이 봐주는 시간이 적어졌다.
초급반 강사님과 중급반강사님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음 달에 4명을 올려 보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오는 수강생이 많아지니 수업이 둘로 나뉘는데 어느 정도 적응한 수강생까지 있다 보니 3파트로 돌아가는 지경이었다.
내가 물개가 될 상인가
오늘따라 유난히 왔다 갔다 많이 시키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 강사님들끼리 눈빛 교환이 이루어졌고 "회원님은 다음 달에 중급으로 가야 할 거 같아요"라는 말이 들렸다. "아니요 저는 킥판 없이는 두 번 이상 못 가요" 손사래를 쳤다.
중급 강사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제가 싫어요 회원님? 한 번 두 번 하다가 보면 끝까지 가고 그러는 거지 중급 안 올라올 거 같죠. 곧 오니까 우리는 곧 만나요. 초급반 수강생들도 소로님은 잘 따라가니까 다음 달에 중급에서 해도 될 거 같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는데 기쁜 게 아니라 근심만 한가득 생겼다.
주 3회 강습, 2회는 자유수영으로 되어있는데 주 5회 만근을 하고 있으니 실력과 상관없이 강사님 눈에 들었을 것이다. 자꾸 빠지면 실력은 제자리라고 하셨는데 고쳐서 사용하실 건가 덜덜덜 떨렸고 분명 나는 초급으로 등록을 했는데 어쩌시려고 저러나 걱정이 되어서 수영복 사이즈 미스 사건은 잊혔다.
6월이 되자마자 수영장 샤워실 바닥 공사로 일주일 쉬었다. 일주일을 쉬니 몸이 찌뿌둥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개운했다. 오늘부터 중급반에 가는 거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 머리가 복잡했다. 첫날이니까 출석을 부를게요. 차례차례 초급반 회원들을 불렀다.
어라! 두 분이 명단에 없다. 중급반 출석부에 떡하니 자리 잡은 그분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컴퓨터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초급반 수강생 두 명은 옆으로 끌려갔고 저번달 초급 대기에 걸어두고 중급을 신청했는데 그분들 역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초급의 강을 건너 중급에서 수업받게 되었다.
강사님이 말했던 정확한 4명이 중급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야호! 이로써 나는 초급에 한 달 더 머물게 되었고 마음에 준비를 하게 되었다. 다음 달은 나도 강을 건너겠구나 작디작은 사이즈 수영복을 꾸겨 꾸겨 입어 볼까? 생각이 스친다.
강사님께서 말씀하시길 물개는 수영을 잘해서 물개가 아니란다. 중급 강사님이 한번 물면 놓지 않아서 물면 개가 된다고 옆반 회원님들은 발이 땅에 닿으면 찾아가 물어준단다. 웃으면서 말씀하신 말을 듣고 회원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들의 볼이 빨갛다. 수영을 하면서 땀이 날 수도 있구나 다음 달은 내가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겠다. 새벽공기 마시며 나가는 유일한 일탈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