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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Jun 23. 2023

에너지 총량 법칙



새벽수영을 하고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들이 개구쟁이 장풍을 날리며 엄마가 오기 전보다 먼저 깨어있었다고 반가이 맞이해 준다. 동생보다 늦게 자다 보니 겨우겨우 아침기상 후 멍하니 앉아서 한참 기력을 끌어올렸는데 일어나 있는 모습이 대견했었다. 아뿔싸 며칠 늦게 자더니 사단이 터졌다. 문을 열고 개방정 떠는 아들을 볼 거라 생각하며 문을 열었는데 코에 휴지를 틀어막고 있는데 휴지가 빨갛다. 



아들은 괜찮다고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말하며 나를 안심시켰고 바닥에 핏방울 뚝뚝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편이 쿵 하면서도 아이도 이렇게 자라고 있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6개월마다 성장 클리닉에서 체크 사항을 듣고 있던 터라 일찍 자고 먹기 싫어도 고기랑 영양제를 챙겨 먹자고 이야기해 줬다. 



사람은 누구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하루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움직이는 건 어른도 버겁다. 알람이 맞춰지면 분주하게 아이들을 깨우고 물건을 챙기고 하다 보면 화가 머리까지 차오르기 일 수였다. 새벽 운동을 다니면서 몸의 기운을 순환시켜서 오면 아이들에게 너그럽게 대할 수가 있고 나 역시도 순차적으로 무엇을 할지 머리에 일과표 돌아가는 사이클도 자동 적용되어서 이동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 맛에 새벽수영을 끊을 수가 없었고 내려갔던 기분은 많이 회복되었다. 




며칠 전부터 체력도 조금씩 올라오는구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쿠키를 만들고 글을 써야겠다.  

계량을 촵촵해주고 열심히 구웠다. 어랏 수량이 왜 적지? 2 배합한다는 걸 잊었구나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야. 한 번 더 해야지 쿨하게 다시 계량을 하면서도 얼른 끝내고 글을 써야지 분주했다. 







인두로 지지면 이런 거겠지?



오븐판은 은색이라 항상 조심해야 한다. 눈으로 보면 차가움이 그득하지만 170도 오븐에서 나온 오븐판은 살짝만 닿아도 악 소리가 절로 난다. 사실 욕이 나온다 닿자마자 어떤 혼잣말이 나오는지 너무 아파서 찌릿찌릿하다. 아 조심 좀 할걸 화기가 안 빠져서 너무 아프고 나머지 쿠키들 굽고 식혀서 포장할 생각에 정신이 혼미했다. 







하루 사용할 에너지에 반절이 날아갔다. 혼자 벌어진 일이니 무던히 아무 약이나 바르고 포장까지 하면서 쿠키 예쁘네 사진도 찍었다. 그래 이 색감이야 예쁘게 완성되어 기분이 좋았다. 날이 따듯해지면 버터가 쉽게 녹아서 좋기도 하지만 작업할 때 신경 쓰지 않으면 버터와 설탕이 너무 녹아버려 식감이 좋지 못하게 퍼져버리는데 모양이 끝내주게 나왔군 팔에 아픔을 잊어버렸다. 



항상 커피를 포장하시던 손님이 오늘은 매장에서 먹고 간다며 잔에 달라고 하셨다. 커피를 내어 드리고 정리를 하려 싱크대에 섰다. 그 순간 촤르르 얼음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커피 한잔이 그대로 타일에 지도를 그렸고 손님은 죄송하다고 어쩔 줄 몰라했다. 본인이 닦으신다는 걸 겨우 말리고 다시 커피 한잔을 빨리 타서 다른 자리에 안내했다. 



그 자리에 서서 미안함에 있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점심시간에 밥 먹고 잠깐 힐링하러 오는 곳인데 어차피 벌어진 일에 기분까지 더 아래로 끌어내리고 싶지 않았다. 미안했던지 커피를 빨리 마시고 나가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기에 "예전에 저도 롯데리아에서 콜라 5잔 쏟았어요. 괜찮아요"라고 말해줬다. 




손님이 커피를 쏟는 순간부터 아~ 오늘 되는 일 하나도 없네 했더라면 내 에너지는 아마 더 소진되었고 운 없는 날로 남았을 것이다. 어차피 해야 될 일이고 서로 웃으며 마무리하면 남은 긍정에너지로 타닥타닥 글을 쓰면 된다. 



루틴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쓴다.



남들보다 살갑지 않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따뜻한 루틴을 만들고 짜증이 나는 상황은 조금 가벼이 여기는 마음가짐은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는다. 책 읽기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억지로 부여잡지 않고 작은 에피소드로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면 인생의 발자국이 하나 남는다. 



오늘 에너지 총량은 어디에 소진되었나요?

곳 당신의 발자국이 쿵하고 남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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